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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녤윙] Time Light 23

23. Hands on Me 中

경연 준비가 진행되면서 관건은 크게 두 가지로 모여졌다. 첫째는 안무, 둘째는 센터를 과연 누가 할 것인가 하는 점.


‘핸즈 온 미’ 팀의 안무는 다니엘과 우진이 맡게 되었다. 워낙에 춤에는 일가견이 있는 두 사람이었고 앞서 포지션 평가 때도 같이 안무를 짜 본 적이 있는 터여서 딱히 호흡을 걱정하진 않았다. 힘 있으면서도 여유만만한 다니엘의 춤과 예리하고 날카로운 우진의 춤은 합이 좋은 편이었다.


다음 문제는 센터를 누가 하느냐 하는 문제였다.


센터를 맡는다고 해서 그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최소한 센터가 된다는 말은 방송분량을 보장받는다는 말과도 통했고, 그만큼 대중의 시선 앞에 노출될 기회를 잡게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자연히 모든 팀원이 센터를 욕심냈다. 평소에는 허허실실 웃는 얼굴로 뒤로 물러나있던 성우조차도 센터 하고 싶다는 말을 대놓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다니엘은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센터 경쟁에서 빠졌다. 제작진에서 찍어간 인터뷰 분량에서는 한 번도 센터에 서 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라도 섰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 것 같더니, 어느샌가 센터를 누가 하느냐는 논의에 그다지 앞으로 나서지도 않고 자신을 내세우려 들지도 않았다. 지훈은 그 점이 은근히 신경 쓰였다.


“우리 조 센터는 누가 해?”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쉬는 시간에 지훈은 대뜸 다니엘에게 그렇게 물었다.


“센터? 아직 안 정해졌다 아이가.”

“그러니까.”


지훈은 그 눈을 피하지도 않고 똑바로 다니엘을 쳐다보았다.


“형은 센터 안 할 거예요?”


언제나 그렇듯, 다니엘은 얼른 그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음으로서 자신의 1차적인 답을 밝혔다. 그리고 그 침묵으로, 지훈은 역시나 다니엘이 센터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로 마음을 정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왜?”

“뭐가?”

“왜 센터 안 해요?”

“센터가 뭐 내가 센터 하께요 하면 무조건 되는 거가.”

“그 얘기가 아니잖아요.”


울컥 언성을 높이려다가, 지훈은 가만히 숨을 몰아쉬고 언성을 낮추었다. 욱하는 마음에 날카로운 말을 해 놓고 몇날 며칠을 후회하는 기억은 한 번으로 족했다.


“춤을 내가 짠다 아이가.”


다니엘은 목소리를 늦추어, 설명하듯 달래듯 말했다.


“춤을 내가 짠다 카는 말은 춤이 아무래도 내가 잘하는 거 위주로 짜진다는 말이다. 맞제.”

“그래서요.”

“내 식대로, 내가 추고 싶은 대로 춤 짜는 거 하나만 해도, 내는 다른 사람들보다 유리하다. 그런데 센터까지 내가 할라 하믄 되겠나.”


이건, 1등 하는 사람의 여유 같은 것일까.


꼭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는 문제일지도 몰랐다. 얼마 전까지는 한 사람당 두 사람의 연습생에게 표를 줄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생방송을 앞두고, 한 사람 당 한 명에게만 투표할 수 있는 것으로 룰이 변경되었다. 도대체 누가 얼마만큼의 표를 얻을 수 있을지, 정확히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다니엘의 1등 또한, 그 기세가 얼마나 갈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상황에, 딱히 여유를 부릴 리는 없었다.


“그라고.”


다니엘은 웃었다.


“‘나야나’는 내가 센터한다 아이가.”

“아니 그건, 형이 지난번에 1등 했으니까 당연히.”

“내는 있다 아이가.”


다니엘은 느긋한 목소리로 지훈의 말을 막아버렸다.


“이 방송 하는 내내, 딱 한 번만 센터 할 수 있으믄 ‘나야나’ 센터가 하고 싶었거든.”

“왜요?”

“제일 처음 와서, 사람들 만나고, 기획사 평가 받고, 등급 평가 받고, 그 때 센터 하는 대휘 보면서, 많이 부러웠다.”


고개를 젖혀 천정을 바라보는 다니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 시절의 기억이라도 더듬는 것처럼.


“저 서믄 어떤 기분이겠노, 그 생각만 매일 했다. 한 번만 저 서볼 수 있으믄 얼마나 좋겠노 그 생각 진짜 많이 했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센터 한다 아이가. 나는 그거믄 된다.”


무어라 말을 하려다 말고 지훈은 입을 다물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이 사람이 이런 식으로 대답을 해 오면 말문이 막힌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대답은 어쩌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지훈은 생각했다.


“할 수 없네.”


지훈은 입을 꾹 다물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내가 해야 되겠다. 센터.”

“그거 좋네.”


다니엘은 미소를 지으며 지훈의 머리칼을 흐트러뜨렸다.


“그런데 지훈아. 춤이 쫌 야하다.”


지훈은 저도 모르게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이 사람이 야하다면, 그건 뭐 어느 만큼 야하다는 거지.


“그럼 힘들겠네. 난.”

“와.”


다니엘은 정색을 하고 지훈을 돌아보았다.


“니는 표정이 좋다. 니가 뭘 해야 이쁜지도 잘 알고. 그거믄 충분하다.”

“그래도 섹시는 난 부담스럽던데.”


문득 생각이 난 듯 지훈은 고개를 돌려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비결이 뭐예요?”

“무슨 비결.”

“춤출 때 섹시한 거.”


풉 소리를 내며 다니엘은 웃음을 터뜨렸다.


“야, 야. 닭살 돋는다. 고마해라.”

“진짠데.”


한 번 더 힘을 주어 대답하자 다니엘은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장난스레 한 질문은 아니었지만, 순식간에 그렇게까지 심각해지는 걸 보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비결이랄 거는 없고, 벽을 딱 치는 거다.”

“벽?”

“머리 안에 벽을 하나 치는 거다. 그라고, 그 벽 너머에 있는 나는 잠깐 꺼놓고, 이 쪽만 켜놓는다 해야 되나. 잠깐 딴 사람이 되는 그런 기분으로.”


지훈은 곰곰이 그 말을 되씹었다. 벽을 친다. 그 벽 너머에 있는 나는 꺼놓고, 이 쪽만 켜 놓는다. 어떤 감각인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았다. 일종의, 연기를 하는 그런 기분일까.


“별 거 아이다.”


다니엘은 피식 웃었다.


“니 가끔 내 꼬실 때같이만 하믄 문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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