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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녤윙] Time Light 20

20. Missing You +1

[아까 까먹고 못한 말이 있어. 그 때 그 방에서 잠깐 봐요]






더럭 걱정이 되었다. 무슨 일일까. 이런 식으로 사람을 걱정시킨 적이 한 번도 없었던 녀석이었다. 그 메시지를 본 순간부터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모두가 잠들기를 기다리는 것은 지루했다. 1분이 1년처럼 느껴졌다. 전에 없이 뒤척거리며, 다니엘은 바로 누웠다 옆으로 누웠다 돌아누웠다를 반복하며 안절부절 못했다. 신경은 곤두섰고 갈수록 날카로워졌다. 도대체 왜 이렇게 시간은 더디게 가는 것일까.


그렇게 한참을 기다려, 모두가 잠이 든 후 다니엘은 살짝 몸을 일으켜 방을 빠져나갔다.


‘그 때 그 방’이라면 다른 곳일 리는 없었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본 후, 다니엘은 조용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불이 꺼진 방 안은 캄캄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아까 까먹고 못한 말이라는 건 무엇이고, 하필이면 여기서 보자고 한 이유는 도대체 뭔지, 아무 것도 확실하지 않아 그지없이 신경이 쓰였다.


그 때,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가만히 다니엘의 손을 잡아왔다.


“지훈이가.”


대답 대신, 지훈은 손 끝으로 가만히 다니엘의 손등을 쓸었다. 그리고 가만히, 그 손가락 사이로 손가락을 얽어 깍지를 껴 잡아왔다. 뭔가, 답지 않게 그 손길이 야릇하다고 생각하던 그 순간, 지훈은 한 팔로 다니엘의 목을 끌어안고 그 입술에 입술을 대어 왔다.


순간, 나쁜 용건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온 몸에 힘이 풀렸다.


팔 안에, 품 안에 갇힌 몸은 따뜻했고 보드라웠다. 가만히 팔딱이는 심장의 박동이 일일이 사랑스러웠다. 아직 온전히 힘이 들어가지 않는 오른팔로 가만히 지훈의 허리를 감았다. 바로 앞에 선 사람의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짙은 어둠 속에서, 다니엘은 문을 등지고 선 채 지훈의 키스에 반응했다.


“뭔 일인데.”


조용하게 물었다. 차오른 숨을 가라앉히는 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까 대답 못해 준 게 마음에 걸려서.”

“뭐가.”

“잘 들어. 딱 한 번만 말할 거니까.”


불이 꺼진 어둠 속에, 그 어둠을 먹어 검게 가라앉은 소년의 눈동자가 반짝, 하고 빛났다. 어스름 새벽 하늘의 별처럼.


“나도 사랑해.”


순간, 말문이 막혔다.


다니엘은 낮은 신음 소리를 흘렸다. 맥이 탁 풀렸다. 그러나 꼭 그만큼이나, 눈 앞에 선 이 자그마한 녀석을 숨이 막힐 만큼 꽉 끌어안아 주고 싶은 충동이 가슴을 한 가득 뻐근하게 채웠다.


“야, 니는.”


지훈의 턱을 잡고 그 이마에 이마를 대었다. 소리 없이 깜박여지는 눈을 들여다보았다. 이 눈이 아주 조금만 덜 예뻤더라도, 이런 말도 안 되는 감정에 이렇게나 스스로를 통째로 던져 넣지는 않았을 거라고 다니엘은 생각했다.


“도대체 뭘 묵고 이래 귀여운데.”

“음, 이슬?”


말해 놓고 저라서 우스운 듯 웃음을 터뜨리는 입술에, 끌려가듯 입을 맞추었다.


감은 눈 속으로 무대의 스포트라이트 같은 성근 빛 무리가 뭉치고, 흘러가고, 흩어졌다. 뒤통수가 뻐근할 만큼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한없이 무뎌지는 것 같기도 했다가, 한없이 예민해지기도 하는 이런 기분은, 언제나 그랬듯 낯설었다.


“근데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지훈은 웃었다.


“거기서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나 아까 완전 멘탈 털릴 뻔 했는데.”

“그러라고 한 건데.”

“뭐?”

“니 놀래라고 한 말이다.”


그렇게까지 말할 생각은 없었다. 어쨌거나 녹화 중이었으니까. 그러나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자꾸만 비껴나는 시선을 바라보고 있다가, 그만 그렇게 불쑥 말해버리고 말았다.


나 때문에 흔들리는 너를 보고 싶어서.

나 때문에 동요하는 너를 보고 싶어서.

내가, 너를 흔들 수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서.


“내 때문에 니 놀래는 거 보고 싶어서.”

“못됐어.”

“몰랐나.”


느긋하게 문에 기대 선 채, 다니엘은 지훈의 머리칼을 쓰다듬어 넘겼다. 손가락 사이로 흩어지는 소년의 머리칼은 새벽의 바람결 같다. 손아귀 안에 들어와 잡혔으면서도, 또 언제 어떻게 사라져버릴지 알 수 없는.


“그래서, 그 말 할라고 불렀나.”

“응.”


지훈은 다니엘의 어깨에 뺨을 기대고 몸을 기대왔다.


“안 돼?”

“안 되기는.”


목덜미에 짓눌리는 뺨이 보드랍다. 살그머니 온도가 오른 것은, 아마도 그 얼굴에 떠오른 홍조 때문에. 가만히 눈을 감았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금 네가, 어떤 얼굴을 하고 내게 기대있을 것인지를.


“그런데 지훈아.”


벅차오르는 호흡을 고르려고 커다랗게 숨을 한 번 몰아쉬었다.


“이런 말은 그냥, 좀 참았다가 낮에 해라.”

“왜?”


지훈은 웃었다.


“형은 날 흔들어도 되고.”


입을 맞춘 입술의 선을 따라 더듬는 손 끝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형 흔들면 안 돼?”


덜컥 하고, 어깨가 떠밀려 문으로 붙었다. 어쩐지 끝없이 아래로 떨어지는 기묘한 추락감을 느끼며, 다니엘은 자신에게로 바싹 몸을 붙인 채 올려다보는 지훈의 눈을 마주했다.


“내 흔들고 싶나.”

“응.”

“와.”

“열어달라며.”


순간 참을 수가 없어져, 다니엘은 입술을 벌려 지훈의 손 끝을 핥았다. 움찔 품안에 들어온 몸이 흔들렸다. 그러나 그 숨길 수 없는 떨림의 징후에도, 지훈은 끝까지 피하지 않고 어둠 속에서 다니엘의 눈을 마주했다.


“열어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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