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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녤윙] Time Light re:19

re:19. Oh, Little Girl extra

피디님이 따로 하신 이야기가 있어서, 그걸로 상의를 좀 해야 되니까 저 때문에 밤도 새셨는데 어디 가서 이른 아침이라도 드시고 오시라는 지훈의 말을, 소속사 직원이 어디까지 믿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차 좋네.”


진득하게 뒷좌석으로 허리를 한껏 기대고 다니엘이 말했다. 커다란 타이탄 체크가 들어간 붉은 셔츠를 집어 걸친 그는, 그제야 지훈이 알던 그 다니엘로 돌아와 있었다. 지훈은 한참이나 그런 다니엘을 시선을 돌려가며 이리저리 뜯어보았다.


“아깝다.”

“뭐가.”

“아까 좀 멋있었는데.”

“뭐라카노.”


다니엘은 피식 웃었다.


“그 컨셉 한 번만 더 하믄 직인다 한 게 누군데.”

“내 앞에서만 하면 되잖아.”


오늘 무대에 선 다니엘이 어딘가 슬퍼 보였던 것이 참 다행이었다. 그 안무는, 실눈을 뜨고 봐도 저절로 얼굴이 붉어지는 묘한 함의들로 가득했다. 그 언젠가 평가를 앞둔 새벽, 반쯤은 충동적으로 선을 넘어버린 기억이 아니라면 미처 눈치 채지도 못했을 만큼 은밀하게.


“그래 따지믄.”


다니엘은 지훈의 눈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눈을 맞추었다.


“니는 내 앞에서만 살아있어야 되는데.”


얼굴이 축났다고 생각했다. 사실이었다. 다니엘의 얼굴은, 처음 이 곳에 와서 본 그 얼굴이 아니었다. 고된 일정과, 그보다 더 고된 마음고생을 겪으며 가끔은 짠한 마음이 들 만큼 살이 빠졌다. 그 덕분에 턱선은 날카로워지고 눈자위가 조금 더 깊어진, 조금은 낯선 얼굴이 되었다. 지금처럼.


그리고, 그 낯선 얼굴로 다니엘은 지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덜컥 차 문이 잠기는 소리가 났다. 뭘 어떻게 해 보기도 전에 다니엘은 지훈의 뒷목덜미를 움켜쥐고 그에게 키스했다. 지훈은 소리 없이 입술을 벌려 그를 받아들였다. 눈이 가물가물 감겼다. 한나절 내내 피곤과 긴장에 시달린 신경은 그 사소한 자극에도 참 쉽게도 달아올랐다.


손 끝으로 다니엘의 목덜미를 더듬었다. 도드라져 오른 목줄기와, 그 목덜미에 걸린 목걸이의 체인을 가만히 손끝으로 만졌다. 그의 팔이 지훈의 허리를 껴안았다. 흠칫 놀랄 만큼 몸이 붙었다. 심장이 간질거렸다. 무슨 말이든 하고 싶으면서도,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싶기도 했다.


“설탕 발랐나.”


가만히 윗입술을 핥다가 슬쩍 깨물며 다니엘이 물었다.


“왜.”

“달아서.”

“응. 좀 바르고 왔어.”


지훈은 살짝 입술을 벌려 다니엘의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형 먹으라고.”


숨이 섞였다. 입 속을 건드리고 지나가는 혀 끝이 생경했다. 슬쩍 몸을 틀어 그 어깨에 기댔다. 이러려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안아 주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이렇게 맞닥뜨리니, 그게 그렇게 잘 되지 않았다.


“1등 축하해.”

“니 덕분이다.”

“내가 뭐.”

“니 생각하면서 춘 거다.”


턱 아래 입을 맞추는 입술의 촉감이 간지러웠다. 저도 모르게 어깨가 떨렸다. 나직한 신음을 흘리며, 그래도 큰 소리는 내지 않으려고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근데 뭐가 그렇게 애절해.”


손끝으로 다니엘의 셔츠 끝단을 괜히 부비적대며 만지작거렸다. 어쩐지 쑥스러워서.


“할 거 안 할 거 다 해놓고.”


그러게, 할 거 안 할 거 다 해놓고.

키스 정도 하는 게, 뭐가 그렇게 쑥스러워서.


“내는 항상 애절하다. 니 걸리믄.”

“그런 말을 어쩜 그렇게 눈 하나 깜짝 안하고 하냐.”

“사실이거든.”


옷을 들추고 옆구리를 만지는 손 끝이 벌써 야하다. 아까 무대에서 같은 그런 걸까. 그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온 몸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괜히 얼굴이 빨갛게 달아, 지훈은 다시금 기댄 어깨에 이마를 대고 고개를 숙였다.


“그거, 무슨 말인지 물어봐도 돼?”

“뭐가?”

“아까. 시작하기 전에, 나 기억났다고 한 거.”


말을 채 다 마치기 전에, 쓰다듬는 손길이 순간 조금 더 노골적으로 변해서, 지훈은 저도 모르게 커다랗게 숨을 들이켰다. 숨이 가빠져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렸다.


“처음 방송 시작하고, 그 때 니가 어땠는지 기억났다고.”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


등줄기를 쓸어내는 손 끝은, 은근했고, 야했다. 가만히 살갗을 긁어내는 그 손톱까지도. 온 몸의 피가 전부 얼굴로 쏠린 듯 얼굴이 붉어졌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뱉아지는 호흡이 가빴다.


“함 자까.”


느닷없이, 다니엘은 그 말을 꺼냈다. 심장이 철렁 떨어졌다. 그 말을, 여기서 지금 들을 줄은 몰랐어서.


“니는, 장난인 줄 알았겠지만.”


붕대를 감은 다니엘의 오른손이 가만히 지훈의 뒤통수를 쓸었다. 부서지기 쉬운 것을 대하듯, 아주 조심스럽게.


“내는 그 때부터도 진심이었다.”

“...”

“우짜믄 니가 내를 한 번이라도 돌아봐 줄란가, 맨날 그 생각만 했다. 그 때 생각이 나더라. 그러니까, 1등은 내 꺼가 아니고 니 꺼다.”

“아니야.”


애써 고개를 저었다.


“형이 잘 한거지. 말했잖아. 오늘 멋있었다고.”

“말 못 알아듣네, 또.”


다니엘은 지그시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서슬에, 지훈은 차창과 다니엘 사이에 갇혀 구석으로 몰렸다. 숨이 멎었다. 이대로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내가 통째로 니 꺼니까, 1등도 니 꺼다 그 말이다. 이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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