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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녤윙] Time Light 15

15. 너 아니면 안돼 下

지훈은 입을 막은 채 고개를 저었다. 부끄러웠다. 이미 몇 번이나 쓴 약을 삼키듯 꿀꺽 삼켜 버린 그 소리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끔찍한 비밀 같은 것이었다. 아무리 입술을 깨물어도 언젠가는 참을 수 없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지훈의 반응을 본 다니엘은 피식 웃었다. 심장소리라도 듣겠다는 듯 지훈의 명치에 뺨을 대고 엎드린 그는 느긋하게 지훈의 명치 언저리를 손 끝으로 이리저리 건드렸다. 그 때마다 움찔거리며 어깨가 흔들렸다. 그런 지훈을 가만히 바라보던 다니엘은 코 끝으로 발갛게 피가 몰리기 시작한 지훈의 유두를 아주 살짝 건드렸다. 단지 그것 뿐이었는데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지훈의 반응을 확인한 다니엘은 서두르지도 않고 천천히 지훈을 만지기 시작했다. 그 몸 위를 달리는 손길은 한참 춤에 열중해 있을 때의 그 리듬과 비슷했다. 그 손 끝에서 흔들리며, 지훈은 몇 번이나 눈 앞의 우주가 엉망으로 뒤섞였다가 겨우 제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고개가 들리다 못해 젖혀질 것 같았다. 입을 막다 못해 손가락을 깨물었지만 그 틈으로 연하게 앓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왔다.


“지훈아.”


다니엘이 다시금, 지훈을 불렀다.


“언제까지 그럴 건데.”

“...”

“내는 지금 미치겠거든.”

“...”

“니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 말은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숨을 벅차오르게 했다.


가만히 손을 내렸다. 다시금 눈이 마주쳤다. 이미 엉망으로 붉어진 얼굴을 보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할지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다. 눈을 감았다. 몰라. 입 속으로 중얼거렸다.


“입 막는 게 싫으면.”


사실은 떨렸다. 무서웠고, 불안했다. 그리고 아직은 그 사실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설령 이미 다 알고 있을지라도, 제 입으로는.


“키스해 줘.”


다니엘은 피식 웃었다. 그 웃는 얼굴은, 이런 상황에 몰리기 전부터도 알아왔던 그 웃는 얼굴이어서 묘하게도 마음이 놓였다. 뒷덜미를 감아 끌어당기는 손과, 입술에 닿는 입술과, 입술 사이를 훑고 지나가는 혀 끝의 느낌과, 그 모든 것들이.


그리고 그 중에, 다니엘의 손 끝이 지훈의 하복부를 지나 아래로 바지 속으로 들어갔다.


느닷없는 기침이 터져나올 때처럼 호흡이 끊겼다. 어깨가 굳어졌다. 몸이 가늘게 떨리기 사작했다. 그러나 다니엘은 지훈의 혀 끝을 지그시 깨문 채 지훈의 입술을 빨아당겨 입 속에 머금었다. 신음은커녕 마음대로 숨을 몰아쉴 수도 없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미칠 것 같았다. 부질없이 몸이 뒤틀리자 다니엘은 다른 한 팔로 지훈의 허리를 감아 끌어당겼다. 숨이 턱 막혔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없고, 그에게 옥죄인 포박감이 지훈의 팔다리를 한없이 내리눌렀다.


그렇게 한참이나 지훈을 붙들었다가, 거의 숨이 넘어가기 직전쯤에야 다니엘은 지훈을 살짝 놓아주었다.


“지훈아.”


언제나처럼 사투리의 억양이 다 빠지지 않은 그 말투로, 다니엘은 지훈을 불렀다.


“내가 많이 조심할 건데, 그래도 아플 거다.”


열에 들뜬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의 눈자위를 쓸었다. 다니엘은 가만히 눈을 감고 지훈의 손 끝을 느끼다가, 그 손을 쥐고 손 끝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미안하다 소리는 안 하께. 니도 별로 안 듣고 싶을 거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싫었다. 내게 져 달라고 말한 그 순간, 이미 이 모든 것은 시작된 후였으므로.


“할 수 없다. 니가 좀 참아라.”

“뭐야. 그 무책임한 멘트는.”


실은 말 한 마디 하기도 힘들만큼 가슴이 뛰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지훈은 그렇게 대꾸하고 웃었다.


“형 이런 사람이었어?”


반쯤은 억지로 눈을 크게 치뜨고 다니엘을 흘겨보았다. 흐트러져 이마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칼과, 곧게 뻗은 눈썹과, 가만히 자신을 보고 있는 눈까지를, 지훈은 소리 없이 눈으로 훑었다. 자신이 가지기로 마음먹은 사람의 얼굴을.


“무섭나.”


그러나 소용없었다. 언제나 그랬듯 그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하긴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는 늘 언제나 그런 식으로, 미처 말하지도 않은 자신의 마음을 다 들여다보고 있었으니까. 어줍지 않은 센 척으로 대충 넘어가는 것 따위는, 처음부터 불가능했던 건지도 모른다.


“형은, 아무렇지도 않아?”

“아니. 내도 떨린다.”


어처구니없을 만큼 쉽고 담백하게, 그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런데, 안 있나.”


뺨을 만지고, 입술을 건드리고, 땀이 배기 시작한 머리칼을 넘겨주는 손은 또, 언제나 그렇듯 따뜻하기만 해서.


“지금 내가 떨면, 되겠나.”


뺨을 감싼 손바닥에 얼굴을 부볐다. 다니엘은 그런 지훈의 어깨를 끌어 품속에 안았다. 조금 어깨를 움츠리자, 지훈의 몸은 다니엘의 품속에 가려져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푹 파묻혔다. 그러나 그 보드라운 기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지훈의 몸을 끌어안은 다니엘의 손이 지훈의 등줄기를 가볍게 훑고, 바지 아래로 들어가 엉덩이를 건드렸다. 순간 온 몸이 굳어지는 느낌에 지훈은 저도 모르게 다니엘의 품속을 더 파고들었다.


“지훈아.”


그런 지훈을 끌어안고, 입가에 와 닿는 지훈의 귀를 잘근잘근 깨물다가, 귓불을 핥다가, 오소소 소름이 오른 지훈의 목덜미를 손 끝으로 쓰다듬으며 다니엘은 속삭였다.


“내는, 벌써 한참 전부터 니 꺼였고.”


눈을 감았다. 귓전을, 온 몸의 신경을 뒤흔드는 그 목소리에 온전히 집중했다. 그 언젠가부터 가슴 속에 풍선 하나가 소리 없이 커지고 있었다. 터질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려면 어떠냐고 지훈은 생각했다.


“니도 은자 내 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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