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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녤윙] Time Light 7

7. Again & Again 中

결국 지훈은 하루 연습을 쉬고 방에서 쉬기로 했다. 안무나 대형은 이미 대충은 익혀놓은 상태였고, 연습은 그간 다른 조원들이 쉬는 동안 배로 열심히 해 두어서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에서 쉬는 기분은 편하지 않았다. 남들 다 연습하는데 혼자서만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은 지훈을 끊임없이 불안하게 했다. 몇 번이고 침대 밖으로 뛰쳐나가고픈 유혹이 들었지만 그러다가 아픈 데를 키우면 그게 더 민폐라던 다니엘의 서늘한 목소리가 그 뒤통수를 때렸다.


결국 지훈은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그간의 동영상들을 다시 챙겨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를테면 안달이 나 있는 자신과의 타협 같은 것이었다. 기획사 평가, 등급 평가, 각종 무대영상들 같은 것들. 이미 몸에 익을 만큼 연습한 안무들이고 이제 와서 다시 보는 것은 그다지 큰 의미는 없었지만, 최소한 그것들을 챙겨보는 동안은 연습실로 달려가야 할 것만 같은 강박관념에서는 어떻게 벗어날 수가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지훈은 다니엘의 안무영상들을 찾아서 하나 하나 보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은 아니었다. 다니엘의 조별 경연 무대는 연습생들 사이에서도 단연 화제였다. 다분이 소년미 넘치던 자신의 조와는 달리, 다니엘의 조는 그야말로 어른스럽고 남성적인 안무로 승부했고 그 승부수는 멋지게 먹혀들어갔다. 그 무대가 공개된 후로 다니엘은 급격히 순위가 오르기 시작했었던 것을, 지훈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복잡한 감정으로 엮이고 나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원래도 다니엘은 경상도 남자 특유의 가벼운 건들거리는 기가 있는 편이었는데 무대에서는 그 건들거림이 일종의 여유로 발현되는 느낌이었다. 다 같은 연습생 주제에 이 형은 뭐가 이렇게 여유롭지. 저도 모르게 지훈은 그런 생각을 했다. 테크닉이 낫고 못하고를 떠나서 다니엘의 춤에는 자기가 추는 춤에는 없는 '느긋함'이 있었고, 오늘 그것을 엿보아버린 기분이었다.


좀, 멋있나.


그 순간. 문 열리는 소리가 나고, 다니엘이 들어왔다.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잘 노나?”

“놀긴 뭘 놀아요. 연습 안 해요?”

“지금까지 구르다가 오는 거 아이가.”


다니엘의 티셔츠는 땀에 젖어 엉망이었다. 옷이라도 갈아입으러 온 모양이었다.


“아 씨발. 존나 덥네.”


다니엘은 덜컥 티셔츠를 벗어서 방 한 쪽 구석으로 대충 내던졌다. 지훈은 저도 모르게 핸드폰 액정 쪽으로 허둥지둥 시선을 떨어뜨렸다. 괜히 낯이 뜨거웠다. 왠지 보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근데, 나 왜 내외하지?


지훈이 스스로의 행동에 의구심을 품는 사이, 다니엘은 웃통을 벗은 것으로 모자라 숫제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씻기라도 하녀는 속셈일까. 괜히 가슴 한 구석이 찌릿해진 지훈이 그냥 자는 척이나 할 걸 그랬다고 자책하는 사이 다니엘은 찬물로 땀을 식히고 축축하게 젖은 머리칼을 툭툭 털며 밖으로 나왔다. 비척비척 지훈이 앉아있는 침대까지 걸어온 그는 그 옆에 털썩 앉는가 싶더니 몸을 젖혀 팔다리를 쭉 뻗고 누워버렸다.


“아 형 침대 가요.”

“멀다.”

“좁아요.”

“갈라믄 니가 가든가.”


눈도 뜨지 않고 드러누워서 다니엘은 그렇게 대답했다.


“아 씨발 대 죽겠네.”

“적당히 해요, 적당히. 2등이 뭐 그렇게 열심히 하고 그래. 3등은 연습도 제끼고 처놀고 있는데.”

“지금 2등이 머 끝날 때까지도 2등이라드나.”


아아- 다니엘은 손으로 얼굴을 몇 번 쓸어내렸다. 지그시 감은 눈자위가 도톰해, 저도 모르게 살짝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아 일나기 싫어 미치겠네.”


그는 실눈을 뜨고 지훈을 쳐다보았다.


“박지후이, 이뿐 짓 좀 해 봐라.”

“내가 왜요.”

“함 해보기로 했다 아이가. 이뿐 짓 좀 해 봐라.”


못할 거 알고 저러는 거겠지. 불쑥, 오기가 치밀었다. 지훈은 불시에 몸을 숙여서 드러누워 있는 다니엘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냥 닿다가 떨어지는 건 뭔가 아쉬워서, 마지막쯤엔 입술을 벌려 다니엘의 입술을 입 속에 살짝 머금었다.


“됐죠.”

“아 씨발. 지훈아. 내 어짜믄 되겠노.”


다니엘은 웃으며 중얼거렸다.


“니 이뻐 죽겠는데.”

“이쁘긴 뭐가 이뻐. 남자끼리.”

“와. 니 이쁘다. 웃는 기 최고 이쁜데, 안 웃어도 이쁘다.”


다니엘은 누운 채로 팔을 들어 지훈의 눈꺼풀을 손끝으로 살짝 더듬었다,


“눈도 이쁘고.”


그 다음 콧날을 따라.


“코도 이쁘고.”


마지막으로 입술을 살짝 터치하고 지나갔다.


“입도 이쁘고.”


마지막으로 손가락이 입술을 쓸고 지나갔을 때 좀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좀 전에 한 입맞춤의 여운이 생각보다 긴 모양이었다.


“어떡하지, 난 형 별론데.”


메롱, 하고 혀를 낼름 내밀어 보였다. 그러나 정작 그 모양을 보는 다니엘은 그저 웃기만 할 뿐, 전혀 약이 오르거나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 더 못되게 굴게 되는지도 모른다. 저런 사람이라. 저런 사람이 당황하고, 흔들리고, 가끔은 나 때문에 상처받는 걸 보고 싶어서.


“괘안타.”


다니엘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원래 더 마이 좋아하는 쪽이 지는 기다.”

“하지 마요. 닭살 쩔어.”


으윽. 엄살스레 팔뚝을 문지르는 지훈을 쳐다보며 다니엘은 장난스레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할 수 없다는 듯이.


“아이고 팔자야. 어짜다가 이런 얼라한테.”


또 어린애 취급이냐고 발끈하려다가, 지훈은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저런 말투는 다분히 계산된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그걸 다 알아도, 들을 때마다 발끈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자신이 아직은 진짜 어린애이기 때문일 것이었다.


“그 얼라 소리 좀 그만 하지?”


지훈은 투덜거렸다.


“얼라 얼라 하면서 이상한 생각이나 하면 좋나. 변태같이.”

“그러니까.”


다니엘은 손을 들어서 지훈의 귀를 만졌다. 귓바퀴를 따라 살짝 훑다가 귓볼을 만지작거리는 그 손끝은, 그냥 단순한 손길이라고 느끼기에는 은근했고, 조금은 끈적거리기도 했다.


“누가 그래 이쁘라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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