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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녤윙] Time Light 7

7. Again & Again 上

날이 바뀌었지만 발목은 딱히 낫지도 심해지지도 않았다.


모두가 입을 모아 병원 가라고 성화를 댔다. 그런 조원들에게 리더인 다니엘은 좀 보고, 시원찮으면 병원 데리고 가려고요-라고, 아주 매끄러운 표준말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평소 쓰던 말보다는 훨씬 정리된 말투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다니엘에게는 두 종류의 주위 사람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표준어로 대하는 사람과, 사투리로 대하는 사람.


“병원 가자.”

“괜찮아요. 좀 있으면..”

“말 들어라. 좋은 말로 할 때.”


또 한 가지. 사투리를 쓸 때의 다니엘의 목소리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한 톤 정도가 낮다는 것.


“그래 아픈 거 키워 가지고 공연 당일날 민폐 끼치믄, 그기 더 큰일이라는 생각은 안 해 보나.”


지훈은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기도 했지만, 실은 그 이전에 병원 가라고 옆에서 화내 주는 것도 의외로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기분이었다.


“알았어요. 갈게요.”


순순히 대답하고 지훈은 꾸역꾸역 나갈 준비를 했다. 발목은 많이 아프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바닥에 디디면 약한 통증이 있었다. 다니엘은 바닥을 디딜 때마다 슬며시 찌푸려지는 지훈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잡아라.”


보통 때라면 톡 쏘아붙이며 성질을 부렸을 일이었다. 그까짓 발목 좀 접질린 걸로 사람을 병자 취급 하려 드냐고.

그러나 다음 순간, 생경한 생각이 지훈을 붙들었다.


왜 나만 당황하지?

왜 나만 겁먹고, 나만 얼어붙고.


그렇게 들이대는 거 형만 할 줄 아는 거 아니거든요.


“잡을 거면 잘 좀 잡아주든지. 뭐야.”


지훈은 다니엘의 팔을 잡아당겨 어깨에 둘렀다. 그리고 겨드랑이 밑을 파고 들어 몸을 바싹 붙였다. 움찔, 다니엘이 당황하는 게 느껴져 지훈은 득의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아 뭐해요, 잘 좀 잡으라니까. 목발이 영 시원찮아서 안 되겠네.”


다니엘은 피식 웃으며 지훈의 어깨를 꽉 끌어앉았다.


“함 해 보자 그기네. 그래. 함 해 보자.”






병원씩이나 가서 들은 말 치고, 의사의 소견은 심심했다. 말 그대로 살짝 접질린 것이라 별 문제는 없지만 춤을 춘다거나 하는 격한 움직임은 무리가 갈 수 있으니 하루 정도는 쉬는 것이 좋을 거라는 말이었다.


“방에 가 좀 자라. 니 며칠간 잠도 거의 못잤다 아이가.”

“형이 그걸 어떻게 아는데요.”

“아는 기 이상하나?”


되레 빤히 쳐다보는 눈을 슬그머니 피했다. 이대로 입을 다무는 것은 어딘가 분해서 기어이 뭐라고 대꾸해 보려다가, 지훈은 문득 고개를 돌려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내가 잠 제대로 잘 못 잤다는 거 안다는 건 형도 밤에 잠 제대로 못 잤다는 얘기네. 아니에요?”

“당연한 거 아이가.”


좀 뜨끔하라고 해 본 말이지만 역시나 만만하지 않다. 무슨 그런 하나마나한 소릴 하느냐는 듯, 다니엘은 시큰둥한 얼굴로 지훈을 쳐다보았다.


“밤에 누워 있으믄 니 생각밖에 안한다, 내는.”

“뭔 생각하는데.”

“알믄 다친다.”

“이왕 발목도 다쳤는데 좀 더 다쳐 보죠 뭐.”


아픈 발목 때문에 조금은 부자연스럽게 몸을 틀어, 지훈은 다니엘을 보고 섰다. 똑바로 눈을 보는 건 어쩐지 부자연스러워, 다니엘의 눈 아래 있는 점으로 시선을 맞추었다. 저 위치에 있는 점을 눈물점이라고 한다던가. 참 안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또 내심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무슨 생각하는데.”


지그시 몸을 앞으로 숙였다. 숨이 닿을 듯 말 듯 몸이 가까워졌다. 자신의 변덕도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지훈은 생각했다. 가끔은 눈이 마주치는 것도 부담스러우면서, 또 가끔은 이렇게 어떻게든 당황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하다.


“이런 거?”


다음 순간, 지훈은 가만히 자신을 보고 있던 다니엘의 입술에 살짝, 버드 키스를 했다.


인중에 끼치는 더운 호흡이 간지러웠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는 울대가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도 좋았다. 천천히 깜박여지는 눈꺼풀, 그 아래 눈동자에 자신이 그득히 담겨 있는 것을 보는 것도 좋았다.


아직,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로 인해 이 사람이 동요했으면, 흔들렸으면 좋겠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다니엘은 코앞까지 다가온 지훈의 눈을 피하지도 않고 똑바로 쳐다보았다. 커다란 손 끝이 턱을 받혀드는 순간, 그 다음을 이미 짐작했던 것 같기도 하다.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그나마 처음이 아니라고, 이제는 키스할 때는 눈을 감는 거라는 충고 같은 것은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거보다 훨씬 더 야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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