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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녤옹] Guy&guY

세 통째. 전화를 받지 않는다.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지 않아 소리샘으로 연결한다는 상냥한 목소리를 뒤로 하고, 성우는 이를 갈며 종료 버튼을 눌렀다. 이딴 식으로 한다 그거지. 처음 있는 일은 아니긴 했는데, 그 점은 성우의 화를 가라앉히는 데는 아무 도움도 주지 않았다.


삼세판 플러스 1이었다. 그 말인 즉, 그의 인내심이 0을 지나 마이너스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번에도 안 받으면, 보자.


보통 연결될 통화는 통화연결음이 서너 번 정도 울리기 전에 상대가 응답한다. 그 이상을 넘어가면 그 전화는 연결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상 옳다. 이번도 마찬가지였다. 대충 열 번 가까이 신호가 울리고, 또 안 받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던 딱 그 순간.


-응, 자기.


가뜩이나 저음인 목소리에 자다 깬 사람 특유의 몽롱함까지 더해져 낮게 깔리다 못해 바닥을 기는 듯한 음성으로, 핸드폰 저편에서 다니엘이 대답해 왔다.


“뭐하느라 전화 안 받나 했더니 처 주무셨구나, 우리 섹시한 자기.”


이를 으드득 갈아붙이는 소리가 제 귀에까지 들릴 정도였다. 그러나 상대는 아닌 것 같았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라이터 켜는 소리가 들리더니 후 하고 담배 연기를 내뿜는 소리가 들렸다.


“사랑하는 우리 자기, 지금 시간이 몇 신 줄은 알아요?”

-몇 신데.

“10분만 있으면 11시거든요.”

-늦게 잤어.

“그건 너님 사정이구요, 우리 빌어처먹게 사랑스러운 자기.”

-우리 자기는 화나면 급 섹시해지더라.


니코틴이 한 모금 들어가니 그제야 제가 처한 상황이 어떤 건지 파악이 되는 모양이다. 싱글싱글 웃음을 섞어, 다니엘은 그렇게 대꾸해왔다.


-아직 잠도 덜 깬 사람 붙잡고 그렇게 섹시할 건 뭐야. 헷갈리게.

“씨발 좆까시구요.”


내 몸이 둘만 됐어도, 그래서 미행이랑 잠복을 혼자서 다 할 수만 있었어도 내가 네놈한테 전화를 왜 해.


“지금 어디서 처질러 주무시는 중이세요? 집이세요?”

-아니 밖인데.

“바깥 어디신데요? 웬만하면 빨리 좀 처 기어나오시는 게 어떠실까요, 자기님?”

-아니 근데 자기도 알다시피 내가 지금 깬 지가 얼마 안 돼서.


늘어져라 하품을 하는 소리. 요즘은 기술도 좋아졌는데 왜 핸드폰 속으로 주먹을 집어넣어서 상대를 패 주는 건 안 되는 걸까. 성우는 귀에 댔던 핸드폰을 내리고 제법 크게 소리를 내 씨발!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래서, 지금 모시러라도 오라는 얘기세요, 자기?”


너는 오늘 내 눈에 띄면 최소 사망이다. 내가 그간 봐준 거 기억나는 것만도 열 댓번은 될 테니까, 너무 안타까워하진 말라고.


“사람을 처부를 거면 지금 어디 있는지 말이라도 해주고 부르는 게 맞지 않을까요, 자기?”

-나한테 집착하지 마.


느긋하게 웃음이 섞인 그 목소리는 화가 난 와중에도 듣기엔 매력적이다.


-매력없어.




+. 어제 트윗에 끄적거린 썰. 얘네 커플은 아니고 페어입니다 ㅎㅎㅎ

재밌어서 한 조각 써봤는데, 의외로 느낌이 좋네요. 길게 가볼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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