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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녤윙] Time Light 4

4. The Way U Are

자야 할 시간에 잠들지 못하면 다음날 대개 늦잠이 들게 마련이다.


짧고 깊은 잠에 덜어졌다가 제풀에 깜짝 놀라, 지훈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미 착 가라앉은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베개 밑으로 기어들어간 핸드폰을 끄집어 내 액정을 켰다. 일어나야할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미치겠네.”


지훈은 짜증스레 머리를 흐트러뜨렸다.


늦잠이야 잘 수도 있다지만, 어째 한 번 깨워 보지도 않고 그냥들 나갔는지. 지훈은 황급히 이불을 걷어치우고 일어날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아직도 정신이 멍한 탓인지 몸이 얼른 말을 듣지 않아 지훈은 있는 힘껏 이맛살을 찌푸리고 입 속으로 가벼운 욕지거리를 중얼거렸다.


“일어났나.”


문 열리는 기척이 들려 고개를 돌렸다. 다니엘이었다. 아마도, 아직까지 자고 있으면 이젠 정말 깨워야하려니 생각하고 온 모양이었다.


“왜 안 깨웠어요.”


대뜸, 그런 다니엘을 향해 지훈은 퉁퉁 부은 얼굴로 투덜거렸다.


“니는 임마, 눈 마주치자마자 시비가.”

“형이 자라 그랬잖아요.”


콧소리가 배어나왔다. 누구든, 아무나 붙잡고 징징거리고 싶었다. 왜 안 깨워줬냐고.


“형이 자라 그래서 잔 건데.”


‘빨리’라는 말을 빼먹었다. 다니엘의 말마따나 빨리 잤으면 지금쯤에는 이미 연습실에서 다른 멤버들과 함게 연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 ‘빨리’라는 말을 지키지 못한 것은 그냥 자신의 책임일 뿐이었다.


“자랬으면 깨워야 될 거 아녜요. 이 시간까지 자게 내버려두면 어떡해요! 아 씨..”

“목청 보니 좀 살만한 갑지?”


이렇게 실랑이를 할 시간도 없었다. 다급하게 몸을 일으키다가, 지훈은 침대 위로 몸을 숙이고 내려다보던 다니엘과 살짝 이마를 부딪쳤다. 그 서슬에 지훈은 기껏 일어나려던 침대 위로 다시 드러누워 버렸다. 부딪힌 이마가 둔탁하게 울렸다.


“니 어제 새벽에 토했다니까 다들 걱정하더라. 좀 더 자게 놔두자 해서 놔뒀는데.”

“그런 소린 왜 해요?”


지훈은 대번에 정색을 하고 곱지 않은 말을 했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딱 질색이었다. 안 그런 척 하더니, 독한 척 하더니 저 새끼도 별 수 없네. 그런 소리 들을 생각을 하니 피가 끓는 기분이었다.


“비켜요 일어나게.”


그러나 다니엘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지훈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제 얼굴에 머무르는 시선이 어쩐지 묘해서 지훈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아 나와요.”

“갑자기 든 생각인데.”


아무 일도 없다. 손가락 하나 대지 않는다. 그냥 그 자리에 서서 빤히 쳐다만 볼 뿐.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어쩐지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냥 어금니 그만 깨물까, 지훈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다른 생각은 아무 것도 나지 않았다. 오늘 새벽부터, 아니 며칠 전부터 계속 이어지던 그 감정의 흐름이 빙빙 돌며 머리 속을 휘저었다. 혼란스러웠다. 당혹스러웠다. 다니엘의 손이 지훈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 속을 파고들어 손 끝으로 정수리를 깊이 쓸었다. 잠이 덜 깨 몽롱한 중에,


소리 없이, 뒤통수를 휘어감은 다니엘의 손이 지훈을 끌어당겼다. 입술에 입술이 닿았다. 말라 까칠해진 입술이 타인의 타액으로 젖기 시작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어안이 벙벙해, 지훈은 고스란히 그 자리에 얼음처럼 굳어졌다.


“눈 감아라.”


입술에 입술을 붙인 채 말하는 탓에, 그 입술의 움직임이 소름끼치도록 생생하게 느껴졌다.


“니는 임마, 키스할 때 눈 감는 것도 모르나.”


깜짝 놀라, 화들짝 눈을 감았다. 그러나 눈을 감고 나서야 자신이 이 키스에 동의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라 지훈은 허둥지둥 눈을 떴다. 그러나 이미 일은 벌어지고 난 후였다. 다니엘이 웃고 있는 것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민망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슬그머니 화가 나기도 해서 지훈은 다니엘을 홱 떠밀어냈다.


“씨발, 뭐해요?”


지훈은 손등으로 거칠게 입술을 훔쳐냈다.


“뭐하자는 건데, 이거.”

“페어플레이.”

“뭐라고요?”

“내는 말할 거 다 말했다. 내 니 좋아하는 거, 니하고 자고 싶은 거 참고 있는 중인 거. 방금은, 뭐, 접촉사고? 그래 생각하믄 비슷하겠네.”

“뭐래.”


지훈은 씩씩거렸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심장이 뛰기 시작했는지, 그 박동이 가라앉지를 않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서두르는 가슴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 사실을 솔직히 말하면 덩달아 이상한 놈이 되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도대체 왜 이런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변태.”

“아니란 적 없는데.”

“할 짓 다 해 놓고 뭘 참는대.”

“내나 되니까 이쯤 하고 마는 기다.”


다니엘은 몸을 일으켜 비켜 주었다. 가까스로 손을 짚고 몸을 지탱한 채 자신을 노려보는 지훈을 바라보다가, 그는 피식 웃었다.


“고만 처 닦아라. 입술 닳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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