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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녤윙] Time Light 0

Prol.

반짝이는 것을 알아보는 데는 사실 크게 좋은 눈이 필요하지 않다.

자그마치 백명 남짓이나 되는 고만고만한 연습생  사이에서도, 그 녀석은 단박에 눈에 띄었다. 곱상한 얼굴에, 실은 그보다도 웃는 얼굴이 예뻐서. 얼굴 하나 믿고 이 바닥 들어온  그렇고 그런 녀석이구나. 처음엔 뭐 그렇게 생각했던 것도 같다.

춤추는 걸 보고 놀란 건 그 다음 일이었다. 곱상한 생김새에 비해, 녀석의 춤선은 제법 거칠고 과격했다. 그 후로, 녀석의 춤을, 무대를 눈으로 쫓으며 알게 되었다. 녀석이 되고 싶은 아이돌이란 어떤 것인지.

그런데, 그런 걸 하기에는 넌 너무 곱상하지 않냐-라고, 일부러 긁듯이 말했다.

"안 져."

녀석은 씹어 뱉기라도 할 기세로 그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한테 다 져도 형한테는 안 질 거예요."

틀렸다.  그냥 귀여웠다. 이렇게까지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는데도. 그냥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때리면 맞아줄까. 욕이라도 하면 욕이라도  먹어줄까. 그늘이 질 만큼 길다란 속눈썹을 단 눈이 깜빡일 때마다 믿을 수가 없는 기분이 되었다.

너는 내겐 너무 예뻐서 꿈일까 난 너무 두려워.

잠을 자다가도 옆구리를 쿡 찌르면 튀어나올 것 같은 노래 중에서 느닷없이 그 구절이 떠오른 것은, 이런 영양가없는 감정에 빠져들 걸 예감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진짜가? 함 보까?"

코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가까이서 보는 얼굴은, 잘생겼다 예쁘다는 말만으로는 묘사하기 힘든 반짝거림이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얼굴을 봐서라도 이 녀석은 이 백 명이 싸우는 콜로세움 제일 높은 자리 중 하나를 예약하고 있을 것 같다.

그 곁에
내 자리가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

"니 다음 순위때 내보다 밑이믄, 니 내한테 뭐해줄 껀데?"
"뭐 받고 싶은데요?"
"니."

식지로 녀석의 어깨를 쿡 찔렀다. 장난으로 보여야 하니까. 그 속에 섞인 진심을, 아직은 들켜서는 안 되니까.

"다음 순위 때 니가 내 밑이믄."

입 속에 맴도는 말을 차마 밖으로 뱉어놓기 힘든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이 곳에서, 모두가 모두의 적인 이 곳에서, 이런 말랑한 감정 따위를 과연 가져도 되는지.
뭐 상관없지 않을까. 혼자서만 갖고 있을 거라면. 너에게 강요하지만 않을 거라면.

"함 자까."

농담인듯, 진담처럼. 그렇게.





+. 썰 카테고리에 있는 프롤로그와 동일한 내용이에요. 이후로는 연성체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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