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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녤윙] Everybody Lies 15











‘오직 하나뿐인 것’이란, 그렇게 흔히 있는 것이 아니다.

이 피어싱 또한 마찬가지였다. 기껏해야 몇 만원 남짓 하지 않을까 싶은 이 빛바랜 장신구의 어느 구석에도 이 물건이 세상 유일하다는 표식 같은 것은 없었다. 유일이라니. 어쩌면 그거야말로 이 물건과는 정 반대 지점에 있는 어떤 것일 터였다. 유혈이 낭자한 살인 사건의 한 가운데 이 피어싱이 유일한 단서로 떨어져 있다 해도, 이 지극히 범상한 물건에서 과연 무엇을 특정해 낼 수 있을 것인지 지훈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손가락 끝에 걸려 끌려 나온 것이 이 자그마한 십자가 모양 피어싱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부터 지훈의 심장은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런 피어싱이 하나 뿐인 것도 아니고, 이 피어싱이 의건의 것이라는 그 어떤 증거도 단서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훈은 벌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일단, 왜 이 물건이 여기에 있는지, 그것부터 확인해야 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그것이 맞는 건지, 그게 아니라면 이도 저도 아닌 그저 자신의 착각일 뿐인지. 지훈의 걸음은 급해졌고, 그에 따라 바닥에 드리운 흐릿한 그림자가 위태롭게 따라 흔들렸다.

다니엘은 주방에 있었다. 어제 새벽 커피를 마시고 싶다던 지훈을 데리고 왔던 그 곳이었다. 아마 조금 있으면 다시 시작될 인터뷰 때 마실 커피라도 준비하려던 모양이었다. 등 뒤에서 들이닥치는 인기척에, 다니엘은 원두커피가 든 밀폐 용기를 든 채 눈을 커다랗게 뜨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 커피는 조금 있다가 서재로….”


그러나 물론 지훈은 커피 따위에 관심이 있어 여기까지 온 게 아니었다.

지훈은 다짜고짜 다니엘의 팔을 끌어당기고 그 귓불을 살폈다. 그러나 그 귓불은 매끈했고, 그 어떤 흔적도 없었다. 틀렸다. 이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녀가 신데렐라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건 그녀의 얼굴도 아니고 음성도 아니고 그녀의 발이다. 흘리고 간 유리구두가 발에 맞지 않는 여자가, 아무리 어젯밤의 그녀와 닮았다 한들 신데렐라일 수는 없는 것이었다.

피어싱이 있다고 한들, 피어싱을 할 구멍조차도 없다는데야, 이 피어싱이 의건의 것인지 아닌지 하는 것은 이젠 아무 의미가 없었다.


“아니, 왜….”


멈칫거리며 다니엘은 한 발 크게 물러났다. 목을 있는 대로 움츠리는 바람에 턱이 입고 있던 옷의 깃 속으로 파묻혔다. 다니엘은 의아한 표정을 숨기지도 못하고 지훈을 바라보았다.


“왜 그러시는데요.”
“강 비서님.”


지훈의 목소리는 제가 듣기에도 놀랄 만큼 딱딱해져 있었다.


“이거.”


혹시나 떨어뜨리기라도 할까, 방에서부터 여기까지 어찌나 꽉 쥐고 왔던지, 손바닥에 십자가 모양 꾹 눌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강 비서님 것 아니에요?”
“네?”


다니엘은 놀라 목을 움츠리는 서슬에 코끝까지 흘러내린 안경을 끌어올리고는 지훈이 들이미는 십자가 피어싱을 진귀한 나비 표본이라도 들여다보듯 한참동안이나 들여다보았다.


“제 거 아닌데요.”


그러나 한참이나 그 피어싱을 이리저리 들여다 본 끝에, 다니엘이 한 대답은 그것이었다.


“잘 봐 봐요.”


제 풀에 애가 타, 지훈은 다시 한 번 그 피어싱을 다니엘의 눈 앞으로 들이밀었다.


“이거 비서님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저는 귀도 안 뚫었는데.”


무어라고 말을 하려다 지훈은 제 풀에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아닌 게 아니라 다니엘의 귓불은 매끈했고, 귀걸이나 피어싱을 하던 흔적 같은 것은 없었다. 방금 전 제 눈으로 확인했으니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근데 이건 어디서?”
“제 방에.”


슬쩍 풀이 죽은 지훈의 목소리는 저도 모르게 말꼬리가 흐릿해졌다.


“침대 밑에 핸드폰 젠더가 굴러들어가서 그걸 찾으려다 보니까.”
“아, 그러셨어요.”


다니엘은 한참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지훈이 무안해질까 염려라도 하듯.


“제가 항상 치운다고 치우는데 침대 아래까지는 좀 신경을 못써가지고.”
“….”
“아무튼 이거 제 건 아닌데요.”


그러나 그렇게 말해놓고도 다니엘은 지훈의 손바닥 위에 놓인 피어싱을 집어가 한참이나 이리저리 들여다보았다. 자기 것도 아니라면서 뭘 그렇게 곰곰이 뜯어보는지 제풀에 심사가 틀어질 만큼 진지하게.


“이쁘네요.”


한참만에야 다니엘은 그렇게 말했다.


“이런 거 끼려면 귀 뚫어야 되죠? 아플까요?”
“당연히 아프죠. 생살을 뚫는 건데.”


지훈은 엄지와 검지로 제 귓불을 만지작거렸다.


“어릴 때 한 번 뚫어본 적 있는데, 귓불이 아주 탱탱 부어가지고, 밤에 뒤척거리지를 못했어요. 베개에 쓸릴까봐.”


물론 거짓말이었다. 귀를 뚫어본 적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밤에 뒤척거리지도 못할 만큼 염증이 심하지는 않았고, 소염제를 먹고 하루인지 이틀 만에 감쪽같이 가라앉았다. 꽤나 흔하다는 금속 알러지 같은 것도 별반 없었다. 그냥, 이게 왜 당신의 것이 아닌 건지 그 사실에 심술이 나 그렇게 말해버렸다. 그러나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알 리 없는 다니엘은 어깨를 움츠리며 히이익하는 소리를 냈다.


“역시 그렇겠죠? 아픈 건 질색인데.”
“아픈 거 좋아하는 사람도 있나.”
“하긴요.”


싱겁게 대꾸해 놓고, 다니엘은 머쓱한 얼굴로 소리 내어 웃었다.


“아무튼 그거 제 거는 아닌데, 그렇다고 선생님 물건일 리도 없고. 누구 건지 모르겠네요.”


그 때 지훈의 머리 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 피어싱이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것이 아니라면, 이 피어싱이 의건의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꼭 그만큼이나, 이 피어싱의 주인이 다니엘이 아니라는 것이 이 피어싱이 의건의 것이 아니라는 뜻이 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의건은, 이 아틀리에에 왔을지도 모른다.


“앞에 아틀리에에 왔다가 저 방 쓰던 사람이 흘리고 간 게 아닐까요?”
“그래야 말이 되긴 하겠는데, 제가 기억하기로 요 몇 년간 여기 왔다가 주무시고 가시기까지나 한 손님이… 글쎄요… 있었나…?”
“….”


뭔가가, 순식간에 저만치 사라져가는 느낌이었다.

생각해 보면 이 모든 일은 터미널에서 자신을 마중 나온 다니엘을 처음 봤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아니라고, 그저 아주 많이 닮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지훈은 다니엘이 의건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어 했다. 침대 아래에서 이 피어싱을 발견했을 때 그렇게나 다른 생각이 털끝만큼도 들지 않았던 건, 이제야말로 확증을 발견했다는 고양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근거 없는 들뜬 마음은 다니엘의 말 몇 마디에 이렇게나 순식간에, 꺼지기 시작한 비누거품처럼 무너져 내려앉고 있었다.


“저기, 기자님.”


다니엘이 그런 상념에 잠긴 지훈을 불렀다.


“그거요. 제가 가져도 돼요?”
“이거요? 뭐, 어차피 내 것도 아니고.”


지훈은 다니엘의 손바닥 위에 그 피어싱을 놓아주었다. 그 작고 가벼운 물체가 자신의 손에서 떠나는 순간, 지훈은 그제야 자신이 그 피어싱을 너무나 꽉 쥐고 있어 손바닥 전체가 땀으로 젖었다는 것을 알았다.


“근데 귀도 안 뚫었으면서 그걸로 뭘하게요.”
“그냥 보고만 있어도 좋을 것 같아서요.”


마치 오래된 집의 뒤뜰에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옛날 동전이라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다니엘은 들뜬 얼굴로 말했다.


“혹시 알아요? 자꾸 보다 보면, 귀 한 번 뚫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도.”










피어싱을 하기 위해 뚫은 귀는, 더러 막히기도 한다는 사실을 지훈이 깨달은 것은 방으로 돌아온 다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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