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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요즘 유행하는 TMI 경고문입니다. 이 글은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문이고, 각종 안물안궁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요즘 팬덤을 시끄럽게 하는 일들, 분들과는 전혀(x100) 상관없는 글이니 관계없으신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 주세요.























저는 '근친'을 잘 못보는 사람입니다. 이것은 절대로 소재 검열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저 하나의 '취향'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오해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인간이, 삼조는 봤냐?

삼조는 글쎄요. 제가 받아들이기에는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 였습니다. 그냥 피 섞인 왼른이 이러쿵 저러쿵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날 갑자기 가족들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려 달랑 둘만, 서로에게 서로만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 모두가 외우고 있는 삼조 마지막 편의 미리보기에 나오는 문장처럼, 세상의 어떤 가족이 이런 식으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은. 삼촌이고 조카라서가 아니라, 그냥 너무나 오래 서로의 세상에는 서로만이 존재했기에, 막상 닥쳐온 이별의 시간을 감당해 내지 못한 균열의 순간 같은 것. 저에게 삼조는,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언제 처음으로 빗방울이 떨어지는가를 지켜보는 것 같은 숨막힘이 있는 글이었습니다.

올드비 부심을 부리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습니다. 그렇지만 지난해 4월 5월, 한 컷에만 찍혀도 착즙한다는 비아냥을 익숙하게 들어넘기며 녤윙을 파던 모든 분들은 그 시절의 삼조가 어떤 의미인지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계실 거예요. 우리는 물론 다니엘이, 지훈이가 좋아서 녤윙을 합니다. 그렇지만 나와 같이 녤윙을 하는 사람 중에 저런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조그마한 자부심으로 가지고 있지 않았던가요. 그리고 언제 공개될지 모르는 삼조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면서, 삼촌 어디까지 오셨냐고, 반쯤은 장난처럼, 그러나 진담인 듯이, 우리는 그렇게 녤윙을 해오지 않았던가요.

 그 '삼조'는, 오늘 부로,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팬덤은 시끄럽고, 샹즈텅님에 대한 평가도 이젠 찬양일색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저는 작년 여름의 그 혼란스러운 순간을 함께 녤윙해 온 동료로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렇게 그 글을 보내는 것은 예의도 아니고 정리도 아닌 것 같아, 아무도 원하지 않는 이런 글을 적어봅니다.

샹즈텅이라는 닉이 무슨 뜻이냐, 라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한자로 嗓子疼이라고 쓰는 이 말은, 인후통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왜, 다른 예쁘고 좋은 말도 많은데, 저런 단어를 닉으로 삼았을까 하는 것까지는 미처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보니, 이런 일이 있으려고 그랬나 봅니다.

이번에 많이들 아시게 되었겠지만 저는 샹즈텅님과 소위 '친목'을 한 것이 몇 달 정도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저조차 이번에 공개된 끔찍한 애스크들은 처음 보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냥 말로만 들었습니다. 말로만.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도대체 그러고 어떻게 사는 거냐고 제가 몇 번이나 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한참을 털어놓고도 마무리는 늘 그런 식으로 났습니다. 비밀이라고. 이런 거 밖에다 이야기하지 말라고. 내가 풀죽으면, 내가 멘탈에 기스난 거 알면, 좋아할 어그로들이 얼마나 많겠냐고. 그렇게, '괜찮은' 게 아니라 '괜찮아야 하는' 본인의 위치를 샹즈텅님은 참 묵묵히,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제 글 '리베르 탱고'를 보신 분들 중 51편 말미에 '힘 내라는 말조차 미안한 사람에게'라는 덧말이 달려 있었던 걸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시려나요.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쓰던 연재분이어서, 그런 덧글이 달렸습니다. 독자님 중에 그 덧글이 묘하게 짠했다는 댓글을 남겨주신 분이 계신데요, 아마 그래서 그럴 겁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삼조 소장본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이야기들, 늑수권의 '대디 이슈'에 대한 이야기들, 이름을 숨기고 다른 포타를 파서 연재하던 글들-fahrenheit 211과 난반사-을 매번 읽고 이번 편은 이러저러해서 좋았고, 또 이러저러한 점은 좀 아쉬웠다는 말을 길게 해주곤 했죠. 저 두 글의 특징은, 그때 저도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 있어 굉장히 막장스러운 설정이라는 점인데, 당신 글도 참 은은하게 막장이라는 말을 하며 웃던 기억도 납니다. 저도 뭐, 샹즈텅님이 원래 연재하려고 도입부만 끊어놓은 글을 두어 편 보기도 했습니다. 재밌었어요. 그 글이 피어날 기회를 보지 못한 것 자체가 제 평생의 안타까움으로 남을 만큼요. 하나는 우울증에 걸린 윙과 조폭 녤의 이야기, 하나는 흙수저 고딩 윙과 돈많고 싸가지없고 어딘가 비뚤어진 녤의 이야기. 물론 거기까지였습니다. 저는, 삼조 마지막이 어떻게 되느냐 하는 것을 물어보지도 않았고 보여달라고 조르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기다리면, 언젠가 볼 수 있게 될 줄만 알았어요. 기다리면 어차피 보게 될 걸, 친목 같지 않은 친목을 무기로 먼저 보여달라고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럴 기회는 영영 사라지고 말았네요. 개인적으로 저는 늑수권에 나오는 뉴 상강의 공간 묘사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그것도 마찬가지로, 이제는.

핸드폰 브라우저에 샹즈텅님의 마지막 해명문이 떠 있었습니다. 캡쳐라도 할까, 생각했는데 거짓말처럼 백 버튼이 눌려 버렸고 그 순간 화면에는 주소를 찾을 수 없다는 화면이 뜨더군요. 제가 괜히 아깝고, 원통하고, 서러웠습니다. 그냥 그 모든 기억들이, 이젠 다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에 대해서.

네이버 검색창에 녤윙을 치면 연관 검색어로 삼조가 뜨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런가는 잘 모르겠습니다. 네이버가 뭐 중요한가요. 여러 씨피가 다 모이는 곳에서 씨피별 대표 연성을 말하면 녤윙의 대표 연성은 늘 삼조였습니다. 저 또한 그런 글의 댓글로 주저없이 삼조를 썼습니다. 이젠 그럴 수 없게 되었지만요.

여전히 후회가 남습니다. 제가 저 하나의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그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샹즈텅님에게 털어놓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일은 일어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요.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도, 이 모든 일이 다 저때문인 것 같아 문득문득 마음 한 구석이 시려옵니다.

요 며칠 이런 저런 시끄러운 일들이 까발려지고 샹즈텅님에 대해서도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는 것을 압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 분은 '일개 연성러'로서는 너무 많은 짐을 혼자 지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방법과 태도의 문제에 대해 많은 분들이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계시겠지만 이 사실 하나만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야 쓰는 이 구구절절한 '간증'을, 왜 좀 더 일찍 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도 함께.

지금은 사라져버린 샹즈텅님의 해명문 마지막 편에 제가 달았던 댓글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미안합니다. 아무 것도 해 주지 못해서. 지금 이 순간까지도.





+. 사제갈 주생중달. 역시 샹즈텅님은 탈덕하고도 이름만 걸어도 사람 끌어모으시는 분이시네요.
비글 푼지 얼마나 됐다고 눈먼 하소연 하는 분 많으신데, 저같은 골방 연성러의 사담 글에 무슨 구구절절한 말씀들이 그렇게 많으십니까. 갈 길 가세요.





그래도 돌아와주면 고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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