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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비캠] 난반사亂反射, 막전막후幕前幕後 두번째

1. 난반사 1부을 마무리하고 좀 심한 불연소감을 느꼈습니다. 정확하게는, 다니엘에게 이 이야기는 네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은 그런 충동을 느꼈어요. 이 이야기에는 글을 쓴 저조차 알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끌리듯 2부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1부에서는 미처 정해지지 않았던, 지훈은 다니엘이 고백하기 전부터 이미 다니엘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든가 하는 어긋남 혹은 반전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2. 농담 삼아 2부의 제목은 ‘정반사’로 붙이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요, 글이 완결된 지금은 그랬어도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2부의 주인공인 지훈이 그야말로 인풋과 아웃풋이 정확한, 똑바르고 정직한 캐릭터여서요. 1부에서 다니엘은 몇 번이나 지훈에게 상처를 주고 싶어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는데,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3. 같은 이야기를 시점만 바꿔 두 번 쓰는 건 다른 커플 글인 러시안 룰렛+로빈 애로우에서 이미 시도해 본 일이기는 합니다. 똑같은 스토리에 대부분이 겹치는 대사를 가지고, 화자의 시점만 바뀌는 이런 글이 읽으시는 분들에게 얼마만큼 시간을 투자해 읽을 만한 가치가 있으셨을지는 조금 자신이 없긴 해요.



4. 이 글의 지훈
상당부분이 오해이긴 했지만 돈 많은 사람의 애인 노릇이나 하면서 편하게 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1부의 지훈에 비해, 2부의 지훈은 어린 나이에 비해 당차고 야무지고 강한 사람입니다. 다니엘에 비해 가진 것이 없으면서도 사랑받고 자란 사람 특유의 당당함과 자존감이 있는, 그런 사람으로 지훈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 기저를 흠집내려는 명백한 악의를 가진 다니엘이 몇 번이나 못된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줘도 쉽게 상처받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요.
자신에게 저렇게 못되게 구는 사람을 과연 사랑해버릴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을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독자님께서도 지적해 주셨듯, 지훈은 본능적으로 다니엘의 가슴에 박힌 얼음조각을 알아보고 그를 연민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5. 이 글의 다니엘
다니엘은 나쁜 사람이라기보다는 매사 서투른 사람에 가깝다고 1부의 남비캠에서 말한 적이 있는데, 지훈의 시각에서 보는 다니엘은 더욱 그렇습니다. 지훈에 대한 맹목적인 악의와 적대감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그의 행동은 어딘가 완벽한 악당이 되기에는 한 걸음씩 모자라죠. 그리고 그의 그런 어설픔(!)은 대번에 지훈의 눈에 발각됩니다.
저는 난반사의 다니엘이 소위 ‘후회공’이라고는 그다지 생각하지 않는 편인데 제멋대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나중에야 제멋대로 후회하는 타입의 캐릭터를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니엘 또한 그 행동의 결과 자체는 유사해 보일지라도 그 자신이 견딜 수 없는 상처 때문이라는 최소한의 면죄부 정도는 주고 싶었습니다. 보시는 분들께도 그렇게 보였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6. 저의 best
지훈의 best
“손만 잡고 잘게.”
1부에서는 그냥 농담 정도의 의미였던 이 말은, 실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남자로서, 그에게 플러팅하는 의미로 던지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제 글의 른들이 마냥 연약하고 수동적이지 않기를 늘 바라는데요, 이 대사 또한 그런 관점에서 쓰여진 거라고나 하면 될까요. 강한 척 하지만 사실은 겁이 많고,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위악적으로 강한 척 하는 것이 몸에 배어버린 다니엘을 먼저 안아줄 수 있는 지훈이었으면 하고 저는 바랍니다.

다니엘의 best
“내가 너 보고 싶었다고요, 박지훈 씨.”
이 부분에서 지훈은 말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다면 오히려 믿지 못했을 거라고. 사랑한다는 말은, 가끔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말하는 사람에게나 듣는 사람에게나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다니엘도 지훈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이 사무친 저 순간에, 그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해 보고 싶었다는 말로 대신한 게 아니었을까요.

장면 best
u편, '아빠‘와 통화하던 중, 다니엘이 그의 친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지훈
사실 난반사 1부와 2부는 조금씩의 엇갈림이 있습니다. 이 쪽에서는 상대의 마음을 전부 알 수가 없고, 상대의 입장에서도 이 쪽의 마음을 전부 알 수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점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 이 지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신이 그저 피해자라고만 생각했던 지훈이, 자신이 다니엘에게 준 상처를(의도했던 바는 아니라 해도) 깨닫는 부분, 그리고 다니엘이 말하기 전까지는 자신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숨기는 부분까지의 감정의 흐름이 마음에 드셨기를 바랍니다.



7. 그래서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하는 결론을 의외로 자주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의 두 녀석은 정말로 그래서 행복하게 잘 살았기를, 저는 진심으로 바랍니다. 둘 다 그동안 많이 외로웠고, 남에게 드러낼 수 없는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니까요.



8. 사실 2부가 문제편, 1부가 해답편의 느낌이라 이미 다 아는 이야기를 두 번이나 읽는 건 의외로 고역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글 쓰는 내내 했습니다. 크게 다를 것도 없는 이야기를 두 번이나 따라와 주신 독자 여러분께, 다른 글의 엔딩보다 두 배 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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