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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비캠] 난반사亂反射, 막전막후幕前幕後

1. 밑도 끝도 없는 사랑 이야기를 하나 써보고 싶었습니다. 어딘가 서툴고, 삐걱거리고, 엇나가 있는 그런 사랑 이야기를요. 매양 순탄한 사랑이야기 말고, 뭔가 걸림돌도 있고, 사랑에 빠지려는 자신을 납득시키고 싸워야만 하는 그런 종류의 사랑 이야기를 하나 가지고 싶었습니다. 임모럴한 관계에도 조금은 욕심이 났습니다만, 그런 민감한 소재를 제가 과연 잘 쓸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결국은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했는데, 이 부분이 후반 부분에 본의 아닌 반전으로 작용해 버린 것 같습니다.



2. 난반사, 라는 제목은 상처난 물체의 표면에 빛이 비추어졌을 때. 각각 다양한 방향으로 그 빛이 반사되어 나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멀쩡한 표면보다 상처나고 왜곡된 표면에 비추어진 빛이 더욱 화려하게 빛나는 이 현상은, 다니엘이 보는 지훈이기도 하고 지훈이 보는 다니엘이기도 합니다. 결국, 상처 많은 사람 둘이 만나 사랑하는 이야기의 제목으로는, 제가 아는 한 이 단어가 가장 적절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3. 저는 본래 글의 형식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인데요, 이 글은 글의 호흡도 조금 늘리고, 부제도 달아보고, 서식도 조금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올려진 글에는, 원래의 제식대로 냅다 내던진 글들과는 조금 다른 형식미라는 게 있어 보이기도 하네요. 여러가지로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부제는, 저렇게 달아보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4. 이 글의 다니엘
저는 그동안 매우 여러 글에서 다니엘을 써왔는데, 이 글의 다니엘은 그 중에서도 가장 미숙하고, 멘탈이 약합니다. 일견 차갑고 단단하게 보이는 그의 태도는, 이런 덜 자란 자신을 숨기려는 일종의 방어기제 같은 것이라고 하면 대충 맞겠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마땅히 사랑받아야 할 사람들에게서 사랑받지 못했고, 그에 대한 결핍과 갈망을 해결하지 못한 채 고스란히 어른이 되었습니다.
후반부에 나오는 그의 독백대로, 그는 나쁜 사람이라기보다는 매사 서투른 사람에 가깝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지훈에게 저지른 이런 저런 일들이 용서되는 건 아니겠지요. 다만, 이제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그는 그러지 않는 방법을 열심히 배울 것이고, 또 잘 실천할 겁니다. 누가 뭐래도, 이 글의 다니엘은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요.



5. 이 글의 지훈
이 글은 지훈에게는 조금 불리한 글입니다. 다분히 지훈에게 악의적인 다니엘의 시선에서 서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 글의 지훈은 혼자 남겨진 세상에 지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씩씩하고 강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의 그런 점은, 어떻게든 그를 상처입히려는 다니엘의 눈에마저 숨겨지지 않을 정도로 명확하고요.
아마도 그다지 순탄하게 자라지는 못했을 지훈은, 그러나 누구보다도 감정에 솔직하고 사람에 대한 쓸데없는 두려움이 없으며 매사에 꾸밈이 없는, 모르긴 해도 다니엘보다 몇 배는 강한 사람입니다. 사과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사과를 받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죠. 지훈은 아마도 다니엘을 용서했을 거고, 최선을 다해 그를 사랑할 겁니다.



6. 이 글의 우진
녤윙 두 사람을 제외하고 전에 없이 모브캐가 많이 등장하는 이 글에서, 우진은 제가 묻어놓은 나름의 '히든 카드'였습니다. 사실 명확한 커플이 있는 가운데 특정한 러브라인이 없는 서브 캐릭터가 들어가는 건 그 캐릭터를 매우 편리하게 기능적으로 써버릴 염려가 있어서, 많이 위험하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진 캐릭터를 넣은 것은, T 편에서 완전히 바닥을 친 다니엘이 다시 제 길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지훈의 사랑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다른 사랑 이야기를 들은 우진이 그 몇 년의 시간 동안 어떤 눈으로 다니엘을 지켜봤을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동안 우진은 다니엘을 자신의 형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게 아닐까요. 아마 이후로도, 그는 다니엘의 조력자로서, 동생으로서, 최선을 다해 그를 도울 겁니다.



7. 저의 best
다니엘의 best
[미워하자 사랑하게 되어버렸고, 사랑하자 곁에 갈 수 없게 되어버렸다.]
지훈에 대한 자신의 뒤틀린 감정이 사랑이었음을, 처음으로 자각한 다니엘의 독백입니다.
자신이 평생을 걸고 매달리던 것이 근본부터 어그러진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T편의 반전 아닌 반전은, 어쩌면 단순한 사랑의 문제가 아닌 다니엘이라는 인간의 근본 자체에 대한 뒤엎음에 가까웠죠. 저런 바닥까지 떨어지고 나서야 다니엘은 자신과, 지훈에 대한 감정을 돌아볼 여유를 갖게 됩니다. 어느 시구처럼, 구원은 늘 예기지 않은 순간에 오니까요.


지훈의 best
“그런데, 그런 주제에 눈빛이 쓸쓸해요.”
지훈에게 다니엘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마도 지훈은 처음 본 그 순간, 운명처럼 다니엘에게 반해버리지 않았을까요. 그런 사람이 자신에게 심술궂고 쌀쌀하게 대하는데도, 지훈은 고달픈 일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한번 본 그의 모습을 스케치북에 옮겨 그립니다. 아마도 그 눈빛이 쓸쓸했던 게 마음에 걸려서가 아니었을까요.


우진의 best
"견딘 적 없습니다."
우진은, 이 모든 비밀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알고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입니다. 다니엘과 지훈을 괴롭힌 그 모든 비밀을 다 알면서도 말해주지 않은 건, 조금은 의뭉한 구석이라고 말해야 할까요. 어쩌면 그에게도 조금의 '검증'은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자신을 어떻게 견뎠냐고 묻는 다니엘에게, 우진은 한 번도 견딘 적이 없다, 고 대답합니다. 그는 동생으로서, 외롭게 살아온 형의 행복을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니까요.


장면 best
S편, 아픈 지훈을 만나러 갔다가 지훈을 끌어안고 잠드는 다니엘
저는 섹슈얼한 터치가 있는 장면도 물론 좋아하지만, 한 쪽이 아파서 다른 한 쪽이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안아주는 이런 장면을 참 좋아합니다. 난반사의 경우, 두 사람의 관계가 다분히 일방적이고 심지어 강압적이기에 저런 장면이 더욱 소중하기도 했구요.
이 바로 다음인 T편부터는 거의 매회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다니엘도 지훈도 쏟아지는 사실들에 쓸려 사정없이 상처를 받고, 힘들어지게 됩니다. 롤러코스터가 떨어지기 직전 잠시 멈추는 순간이라고나 할까요. 그 요요한 적막감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7. 본래 이런 타입의 글을 잘 쓰지 않던 자라, 여러 모로 미숙한 점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각별히 더 감사드립니다.



8. 이 글은 본래 다른 포스타입에 연재되던 글입니다.(사실 이런 미쳐 날뛰는 연재속도는 워낙 저 특유의 것이라 여기서 눈치채신 분들 많지 않으실까 합니다) 본래 쓰던 것과는 조금 다른 글을, 혼자 조용히 써보고 싶어 다른 포스타입을 만들었고, 그렇게 혼자 꾸역꾸역 쓰던 글이 뜻밖에 입소문을 조금 타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의 격려 속에 글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미리 밝히지 못했던 점에 대해 언짢은 분이 계시다면, 나쁜 의도는 없었다는 말씀과 함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9. 오늘 저녁 무렵부터, 지훈의 싯점에서 바라본 또다른 버전의 난반사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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