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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녤윙] 난반사亂反射 P

-실장님, 못됐어요.











뒤에서 끌려오는 지훈의 걸음은 더뎠다. 발을 질질 끄는 듯한 지훈을 잡아 끌고, 다니엘은 긴 마루를 걸어 침실로 갔다. 반질반질 윤이 나게 닦인 마루 위로, 두 사람의 그림자는 유령처럼 미끄러져 안으로 지나갔다.

침실 문을 열고, 지훈을 안으로 밀어넣었다. 지훈이 내동댕이쳐지듯 침대 위로 주저앉자, 다니엘은 대뜸 그 앞에 무릎을 대고 앉아 그 목덜미를 핥았다. 숨이 달뜨는 속도는 필경 아까보다는 빨라져 있었다. 조금 전 깨문 자리에는 불그레한 자국이 나 있었다. 아마 하룻밤을 자고 나면 꽤나 짙은 색깔로, 아주 예쁘게 물들 것이었다.


“여기 자국 난 건 알아?”


그 위로 다시 한 번 입술을 대며, 다니엘은 말했다.


“어떡하지. 아빠가 보면 화내시겠네.”


흠짓, 지훈의 어깨가 그 서슬에 움츠려들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지훈은 다니엘을 밀어내거나 몸을 웅크리지 않았다.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처음도 아닐 테였고, 남자를 처음 겪는 건 더더욱 아닐 테니까.


“그래, 뭐라고 변명할 생각이야?”
“….”
“아빠가 이걸 보고, 이거 뭐냐고 물으면, 뭐라고 할 건데?”
“몰라요….”


지훈의 대답은 굼떴고, 느렸고, 노곤했다.


“몰라… 그런 거.”


그 대답은, 아마 지훈이 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는 가장 다니엘의 마음에 드는 종류의 것일 터였다.

다니엘은 지훈을 밀어 넘어뜨리고 그 몸을 타고 올랐다. 위로 밀어 올려 벗긴 스웨터의 정전기에 머리털 몇 올이 들러붙어 나풀거렸다. 발갛게 달아오른 뺨을 내려다보았다. 어둠을 등진 눈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지훈의 유두는 꽤 밝은 색깔을 띠고 있었다. 도톰하게 물이 오른 복숭아 같은 그 가슴을, 다니엘은 지그시 입에 머금고 혀 끝으로 건드렸다. 으응. 지훈은 연한 신음을 내며 허리를 틀었다. 그새, 아까보다 반응이 농염해졌다.


“뭐야, 방금 그건.”


지훈의 명치에 턱을 대고, 열이 오른 지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랑 하면서, 벌써 느끼기라도 해?”
“….”
“사실은 꽤 밝히는 타입인 거 아닌가? 순진하게 생겨가지고.”
“….”


가만히 내려 감기는 눈꺼풀이 가늘게 떨고 있었다.

까슬하게 수염이 돋아난 뺨으로 가슴을 부볐다. 지훈은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다니엘의 어깨를 떠밀었다. 그래 주기를 바라던 터라, 제 어깨를 밀어내는 지훈의 손목을 붙잡아 거칠게 내리눌렀다. 뼈대 자체는 그리 가늘지만은 않았지만 살집이 별로 없어 여윈 손목은 어렵지도 않게 젖혀서 침대 바닥에 처박혔다. 다니엘이 바깥으로 드러난 지훈의 가슴과 명치에 입술을 대고 핥는 동안, 지훈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리를 움찔대고 어깨를 틀었다. 지그시 깨문 입술 사이로 짓눌린 신음성이 새어나왔다.


“그거 알아요?”


열에 달뜬 숨을 뱉으며, 지훈은 힘겹게 말했다.


“실장님, 못됐어요.”


몰랐던 건 아니었다. 아니, 바라던 바였다. 원래도 그리 선한 인간은 아니었거니와, 그 한 푼어치 남은 선량함을 지훈에게 나눠주고 싶은 생각 같은 건 추호도 없었다.


“참, 못되게 말해요.”
“….”
“그런데, 그런 주제에.”


조잘조잘 주워섬기는 소리가 듣기 싫어, 입 속에 넣고 굴리던 유두를 그다지 세지 않게 깨물었다. 아앗, 하는 비명을 지르느라 잠시 멈추었던 지훈의 목소리는, 그러나 기어이 다음 말을 뱉아냈다.


“눈빛이 쓸쓸해요.”
“….”


눈꺼풀에 경련이 일었다. 눈빛이 쓸쓸하다니. 그따위 말이나 듣자고 이런 번거로운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따위 말이나 듣자고. 그따위 말이나 듣자고.

그따위 말이나, 듣자고.


“그래서.”


그런 다니엘의 동요를 아는지 모르는지, 가만히 마른침을 삼키던 지훈은 조용하게 말했다.


“마음이 아파요.”
“….”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이 일었다. 그래서 다니엘은 지훈이 팔을 뻗어 제 목을 끌어안는 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상처를 주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어째 상처를 받은 건 되레 자신인 것 같았다.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몇 시간이나 시간이 흘러버린 기억 같은 것은 얼마만인지 채 떠오르지도 않았다.

이불을 제대로 덮고 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춥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다갈색 머리를 한 지훈의 얼굴이 제 품속에 곱게 안겨 있었다. 닿아서는 안 될 것이라도 닿은 것처럼 다니엘은 지훈의 몸을 홱 떠밀어내고는 침대 아래로 내려섰다. 잠이 덜 깬 걸음은 비틀거렸고, 휘청거렸다. 그래도 일단 다니엘은 방을 빠져나왔다. 지훈의 곁에 있다 보니 자신이 자꾸만 이상해지는 것 같아서였다.

커튼을 치지 않은 거실의 유리창으로는 새벽의 짙은 어둠이 한가득 들어와 있었다. 성마르게 담배를 주워 드는 손 끝이 흐릿하게 떨리고 있었다. 입술 사이로 담배를 물고, 말이 듣지 않는 라이터를 채근해 불을 붙였다. 세 모금 쯤을 빨고 나니, 그제야 조금 제 정신이 들었다.

어느새 새벽 네 시가 훨씬 지나 있었다. 습관처럼 우진에게 전화를 걸다가, 다니엘은 지금 시간이 너무 늦었다는 걸 깨닫고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그러나 어물거리는 사이, 이미 신호 세 번이 울렸고 우진은 예의 그 담담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예.]


핸드폰 저 편에서 들리는 우진의 목소리는 언제나 한결 같아서,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어디고.”
[서울입니다.]


서울입니다.

그 대답은, 이상했다. 집입니다, 도 아니고, 서울입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왠지 모를 반갑지 않은 예감에 다니엘은 가만히 미간을 찌푸렸다. 그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뜻이기가 힘이 들었다.


“왔다 갔드나.”
[예.]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언제나 그렇듯, 우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이럴 때는 가끔, 알고도 모르는 척 해 줄줄 아는 다른 사람의 융통성이 그립기도 한 것이었다.


[데려다 주라고 하셔서, 갔다가.]
“….”
[많이 곤하신 것 같아서. 먼저 왔습니다.]
“….”


좀체로 느끼지 못하는 일로, 낯이 뜨거웠다. 설마, 한참 열을 올리고 있는 중에 다녀가진 않았을 것이고, 아까 그 꼴을 하고 자고 있는 걸 보고 조용히 돌아간 모양이었다.

이을 말이 궁했다. 지훈이 아버지의 애인이라는 사실을 자신에게 알려준 것이 우진이었다. 그러니까 자신은, 그런 우진의 앞에서 아버지와 살을 섞은 사람을 안은 꼴을 보이고 만 셈이었다. 생각건대, 그랬다. 이 일은 아버지에게도, 지훈에게도 미안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진에게는 미안했다. 이런 더러운 꼴을 보게 한 것에 대해서.

아무래도, 사과 정도는 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진아. 그게.”
[설명.]


그러나 우진의 말은, 언제나 그렇듯 한 발 빨랐다.


[안 하셔도 됩니다.]
“….”
[하시는 일, 제가 전부 다 이유 알아야 된다는 건방진 생각 같은 거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해 본 적 없습니다.]
“….”


다니엘은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문득, 그 비서 분이랑도 잤느냐, 고 묻던 지훈의 목소리가 생각났다. 싫어하는 나하고는 자면서, 믿고 좋아하는 그 사람이랑은 자지 않는 거냐고 묻던 것도 생각났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라고, 뭐라고 변명이라도 해야 한다는 양심의 가책은, 우진에게까지 이 구질구질한 일을 전부 설명하고 싶지 않다는 어리광 아닌 어리광에 묻혀 제풀에 사라지고 말았다.

다니엘에게도, 자신의 ‘편’은 필요했다.


“그래.”


그래서 겨우 그렇게만 대답할 수 있을 뿐이었다.


“심란한 꼴 보게 해서 미안하다.”
[아닙니다.]


그러나 우진의 대답은 한 번 망설이지도 않고 참 빨리도 나왔다.


[다만.]
“….”
[그 친구 데려다 주는 거는, 직접 하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기실 별로 달라지지는 않았으나, 우진의 목소리에 슬쩍 웃음기가 섞인 듯이 느껴진 것은, 착각이었을까.


[제가, 오늘은 좀, 피곤합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알았다. 우진은 한 번도 그런 식의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만은, 다른 날도 아닌 오늘만은 늘 그래왔듯 우진에게 떼를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는 안 될 것을 알았다.


“알았다. 내가 알아서 할게.”
[예, 그럼.]


언제나처럼 짧은 대꾸를 남기고, 전화는 끊어졌다.

덜 타들어간 담배를 입에 문 채로, 다니엘은 거실 유리창에 이마를 기댔다. 상처 주고 싶을 뿐이었는데, 되레 상처를 받고 만 기분이었다. 부숴버리고 싶을 뿐이었는데, 되레 부서지고 만 기분이었다. 뺏고 싶었는데, 되레 빼앗기고 만 기분이었다.

도대체 지금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아무래도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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