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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녤윙] Ruhemann's Purple 73

13. Burn It Up 6

본래 벌의 시각은 그다지 높이 칠 만한 감각기관이 되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양교육 시에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벌은 청색과 청록색, 노란색 등 세 가지 색 정도를 겨우 구분하며 대신 하늘의 일부만을 보고도 태양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소위 편광해석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벌일 때의 이야기였고, 인간과의 변이체인 경우 확신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 분서 내의 유일한 방역관을 잃을지도 모르는 모험을 할 수는 없었으므로, 다니엘은 우선 우진을 엄호해 바깥으로 내보냈다.


인이어에서는 계속 하울링이 울려 도저히 다시 낄 수가 없었다. 결국 그 귀에 거슬리는 소음을 견디다 못한 두 사람은 인이어를 꺼버렸다. 그제야 공장 안은 조용해졌다.


“만들라믄 좀 똑바로 만들던가.”

“어쩌겠냐. 예전에 쓰던 것마냥 아예 먹통되는 것보다는 낫잖아.”


변이체가 상호간의 소통을 위해 특정 주파수의 전파를 발생시키며, 이 전파가 인이어의 교신 채널을 간섭하는 소위 재밍 현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집행관들은 채널이 단순한 인이어를 사용해 작전에 들어갔다. 재밍을 당해 동작이 정지해버린 인이어는 그냥 귀마개일 뿐이어서, 뒤에서 접근하는 변이체에게 적지 않은 수의 집행관이 목숨을 잃었다. 그 이후 개량된 인이어는 재밍 현상이 발생했을 때 하울링을 일으키는 식으로 바뀌었다.


“여기 안으로 들어오게 내버려 두면 곤란해. 바깥에서 싸워서 딱히 우리한테 유리한 점이 없어.”

“그렇지요.”


다니엘이 대답했다.


“공간적으로도 그렇고.”


11시 쪽 공간에서 밀려나온 변이체들이 허공에 뜬 채 선회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본 변이체들의 비행 중 가장 능숙하고 속도도 빨랐다. 물론 진짜 벌에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여왕벌 근처에 오면 더 사나워질 거니까.”


다니엘은 총구를 들여다보며 사각을 쟀다. 밖으로 나가서 맞대응을 할 것이 아니라 이 공간의 길목을 지키며 하나씩 상대할 계획이라면 사각이 확연히 좁아져 버리는 문제가 있기는 했다.


“침이 위로 들렸네요.”


다니엘은 중얼거렸다.

“걸리기만 하면 무조건 쏘겠다는 심산인가본데.”

“여왕벌이 걸렸으니까.”


IMS 변이체는 말 그대로 벌이 사람만큼 거대해진 형태라고 보면 대충 비슷했다. 당연히 침의 독성도 그에 비례해서 강해졌다. 변이체의 침에 쏘이면 항혈청을 투여할 시간조차 없이 그 자리에서 즉사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래서 매우 주의해야 했다.


“방금 굉장히 재수 없는 생각 하나가 떠올랐는데.”

“뭔데.”

“말해도 돼요?”

“어차피 말할 거잖아.”


그 말에 다니엘은 피식 웃었다.


“여기 공장이잖아.”

“그런데.”

“일하는 사람이 정말 다섯 명밖에 없었을까요.”

“...”


잠시 멈칫하다가, 성우는 소리 내어 웃었다. 다니엘도 따라 웃었다.


“좆됐네.”

“맞지요.”


그 때 변이체 중 한 기가 선회하던 방향을 틀어 입구 쪽으로 날아 들어왔다. 두 사람의 총구가 거의 동시에 불을 뿜었다. 변이체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땅으로 떨어진 사체는 지나치게 익은 과실처럼 터져 시뻘건 체액이 스멀스멀 바닥에 흘러 고였다.


“정말로 그렇다면 지금쯤 황 선생이 박 주사한테는 말했을 거야.”


성우가 허공을 노려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로 말했다.


“몇 기가 될지 모르지만, 더 있다고 하면 이 건물 안으로 유인해서 가둔 후에 건물 채 날리는 게 가장 유효한 방법일 수가 있겠지.”

“지금 이것들한테는 우리가 이미 노출됐으니까, 일단 사살해야 된다는 거겠지요.”

“그렇지.”

“그런데 왜 저래 동작이 굼뜨지요.”


다니엘은 문설주에 등을 기댄 채 바깥을 노려보며 물었다.


“쪽수로 밀고 들어왔으면 솔직히 형이랑 나 둘이서 저것들 다 상대하기는 쉽지 않았을 건데요. 내심 그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아까 말했잖아.”


성우는 품에서 탄창을 꺼내 다시 장전하며 대답했다.


“이 방 안에 여왕벌이 있으니까.”

“씨발 너무 감동적이라서 피눈물이 다 날라 그러네.”


다니엘은 이죽거렸다.


“우리 이리 보낸 새끼들보다 저기 점마들이 더 인간적인 거로 느껴지는 거는, 내만 그런 거 아니죠.”

“뭘 새삼스럽게.”


성우는 느긋하게 웃었다.


“사람이 짐승보다 못한 순간은 의외로 많아.”


함께 일하는 동료를 이런 곳으로 보내는 인간과, 인간의 손에 붙들린 여왕벌의 안전을 염려해 함부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변이체. 순간, 내가 무슨 자격으로 이들을 사살하고 있는가 하는 회의가 두 사람 모두에게 밀려들었다.


“두 분 그 안에 살림이라도 차렸습니까.”


그 때 건물 바깥에서 우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그 목소리는 확성기라도 댄 듯 커다랗게 들렸다.


“거서 뭐라고 말해봐야 여는 안 들리니까, 듣기만 하세요.”


우진의 목소리는 열린 입구의 틈으로, 커다랗게 안으로 울려 들어왔다.


“지금 바깥에 다섯 기가 더 있습니다. 일로 오는 중이고.”

“...”


씨발, 하고 다니엘이 중얼거렸다. 성우 역시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는 반사적으로 품 속의 탄창을 점검해 보았다.


“뭐를 얼마나 챙겨 오셨는가 모르겠는데, 그 안에 있는 금마들 상대하고 진 다 빠진 상대로 다섯 기 더 상대할 여력이 아마 안 되실 거라서.”

“...”

“재밍 걸어서 다 땅바닥에 떨군 다음에, 인근 부지 한꺼번에 폭파할라고 합니다. 제가 어젯밤에 꿈자리가 사나워가지고, 오늘 TNT하고 클레이모어까지 잘 챙겨왔습니다.”


우진의 말은 여러 가지 점에서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많았다. 재밍이라니. 뭘 써서 어떻게 재밍을 하겠다는 말이며, 단순한 재밍만 걸어서 변이체를 땅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것까지 의문 투성이였다. 그러나 우진의 말마따나 소리를 쳐봐야 들릴 거리가 아니어서, 일단은 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거기 두 분은 20분 안에 정리하고 튀어나오세요.”


우진은 느긋하게 말했다.


“안 그러믄 뒷일은 책임 못 집니다.”






우진의 계획은 좋은 것이긴 했지만 20분 안에 변이체 셋을 처리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그 말인 즉, 이 방의 입구를 지키고 서서 사각에 들어오는 변이체만을 사살하는 ‘안전한’ 방식으로는 일을 진행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결국 잠입할 때의 교전수칙에 따라 다니엘이 바깥으로 나가 달려드는 변이체에게 난사를 퍼붓고, 그에 정신이 팔린 변이체를 성우가 한 발씩 급소를 맞추는 방식으로 겨우 세 기를 모두 처리했다.


이마에 비오듯 쏟아지는 땀을 훔치며 성우는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대충 15분쯤 시간이 지나 있었다. 다니엘 또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성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몇 분이나 지났습니까.”

“15분.”

“월드 레코드네요.”

“금메달이라도 주냐?”


그리고, 두 사람의 시선은 방 구석의 여왕벌에게로 향했다.


여왕벌의 눈은 흰자위가 없이 온통 검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은 소름끼치도록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여왕벌은 이미 자신의 신변에 닥친 위험을 예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인간의 골격이 사라져버린 그 무덤덤한 얼굴에, 기묘한 슬픔의 기색이 스쳐갔다.


“미리 말해두는데.”


성우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월요일에 무조건 시말서다.”

“왜요.”


다니엘은 피식 웃었다.


“여왕벌 사살해서요?”

“그렇지.”

“생포해 가믄 감당은 할 수나 있나.”

“그건 2차적인 문제다 그거지.”


성우는 흘끔 시계를 살폈다. 그리고 다니엘이 아차 하는 사이 총구를 들어 여왕벌의 눈과 눈 사이 미간을 쏘았다. 여왕벌은 검고 큰 눈을 뜬 채로, 고스란히 숨이 끊어졌다. 본래라면 코가 있었을 얼굴의 중간을 따라, 검붉은 체액이 피처럼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 시말서는 내가 쓸 거니까.”


성우는 조용히 말했다.


“이번엔 제발 좀 닥치고 있어. 알겠나, 강다니엘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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