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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녤윙] Ruhemann's Purple 63

12. 살인자의 기억법 2

본청에 갔던 성우는 다음 집행 예전 시간 20분쯤 전에 돌아왔다.


언제나 그랬듯 진입 직전 열 스캔 데이터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두 사람은 집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 곳에서 탐지된 변이체는 총 3기였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달려드는 한 기를 사살하고, 두 사람은 최대한 걸음을 조심하며 남은 방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낡은 빌라여서, 거실이 좁고 방이 컸다. 천정도 여느 아파트보다는 높았다. 집행하기 좋은 구조는 아니었다. 천정이 높다는 말은 변이체가 비행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뜻이 되니까. 다니엘은 숨을 멈추고, 그 중 한 방에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허공에 변이개체 한 기가 정지비행을 하고 있었다.


다니엘은 총을 들어 변이체의 급소를 겨낭했다. 이 개체는 하프도 아니고, 그저 늘 사살해 왔던 흔한 아피스 변이체에 지나지 않았다. 그대로 한 두 발만 격발해서 급소를 명중시키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눈 앞이 흐릿해졌다. 그에 따라, 저도 모르게 손이 떨렸다. 당황해 총을 잡지 않은 왼손으로 오른손을 꽉 붙들었다. 그러나 힘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겨냥은 점점 더 흔들렸다.


결국 다니엘은 격발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말았다.


그렇게 날아간 탄환은, 급소가 아닌 엉뚱한 곳에 맞았다. 공격을 감지한 변이체의 행동은 급격히 사나워졌다. 변이체는 호버링을 멈추고 본격적인 공격태세를 잡았다. 머리의 3분의 1정도를 차지하는 검고 큰 눈이 휘번덕거려 초점을 잡았다. 귓전에 차라리 바람소리 같은 날갯짓 소리가 들렸다.


변이개체는 무엇보다도 비행이 가능하며, 인간보다 시야각이 넓은 데다가 갑피까지 두터워 전면적인 전투에 들어가면 불리해질 수 있으므로, 최대한 탐색 초기에 급소를 한 두 발 안에 명중시켜서 가급적 빨리 사살한다.


이것이 변이체를 상대하는 교전의 제 1수칙이었다.


눈 앞으로 얼룩덜룩한 변이체의 몸체가 가까워졌다. 귀에 낀 인이어가 변이체의 재밍에 호응해 길다란 하울링을 냈다. 저도 모르게 인이어를 빼 바닥에 팽개쳤다. 이미 냉정을 잃은 다니엘의 시야는 많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다음 순간, 다니엘은 등에 벽을 기대고 눈을 감은 채 허공으로 총을 난사했다. 난사라고 해 봐야 이미 한 발을 쏜 후여서 대여섯 발 정도가 고작이었다. 이렇게 엉망으로 총을 쏘아버린 것은, 그게 언젠지 기억도 채 나지 않는 수습 경관일 때뿐이었다. 순식간에 이마로, 뺨으로 식은땀이 비오듯이 맺혔다.


“...”


매캐한 건파우더 냄새에, 다니엘은 천천히 눈을 떴다. 변이체는 바닥에 떨어져 죽어 있었다. 그 근처로는 시뻘건 체액이 흥건하게 흘러 고였다. 마치, 피와 같은.


도대체 집 안에서 무슨 짓을 하다가 그런 큰 불이 난 건지, 터럭 하나 안 남고 홀랑 다 타버렸잖아. 내 살다 살다 이렇게 아무 것도 안 남고 홀랑 타버린 거는 또 처음 봤네.


순간 울컥, 속이 메슥거렸다. 봉소 특유의 역겨운 단내와, 조금 전 갔던 지훈의 집에서 맡은 채 빠지지 않은 탄내가 뒤섞여 그의 목을 졸라 왔다. 숨이 막혔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집구석이 이 꼴이 났는데 사람이 어떻게 살아. 듣자 하니 시체도 수습 못할 정도로 타버렸다던데.


우리 식구들은요.

우리 식구들은, 어떻게 됐는데요.


아들래미 하나, 고등학생 정도 되는 애 하나만 그 때 때마침 집에 없었다나 해서 겨우 살았고. 다른 식구들은 다 죽었어.


살인자.

어떻게, 그런 짓을.


한동안 잊고 있었던 지훈의 새된 목소리가 귓전을 따갑게 울렸다. 조금 전의 그 하울링처럼.


“...”


다니엘은 저도 모르게 낮은 신음을 뱉으며 다시 벽에 기댔다. 힘이 빠진 손에서 총이 미끄러져 아래로 떨어졌다. 그 수 초의 순간은, 마치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다만 악에서.

다만.


[방금 그거 뭐야.]


바닥에 떨어진 인이어에서, 쨍 하고 성우의 목소리가 울렸다.


[무슨 일이야, 대답해!]

“...”

[야, 강다니엘!]


아직, 집행은 끝나지 않았다.


2기를 사살했으니 아직 한 기가 남았다. 그 하나를 마저 사살하기 전까지는, 아직은 퍼져서는 안 되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다니엘은 애써 이미 풀려버린 호흡을 조였다. 그러고는 바닥에 떨어진 총을 주워들었다. 오늘따라 총의 무게가 그지없이 무겁게 느껴졌다.


“너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결국 열린 문 틈으로 성우가 들어왔다. 그러나 그 또한 죽어 넘어진 변이체의 사체와 벽에 기댄 채 바닥에 총을 떨어뜨린 다니엘을 보고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야, 강 사무관.”

“빗맞았어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다니엘은 간신히 그렇게 대답했다.


“잘못 건드려서.”

“너 괜찮아?”

“예, 뭐.”


다니엘은 소매를 들어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아무렇게나 닦아냈다.


“좀 당황해서. 이런 일이 좀 오랜만이라.”

“...”


그러나 다음 순간, 성우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야, 뒤에!”


이 방의 창문은 베란다와 통해 있고, 그 창문을 통해 변이체가 이동할 수도 있다. 집행 전 도면을 검토하면서 이미 성우와 나누었던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 순간, 다시 머리 속이 새하얗게 비어버렸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숙여!”


순간 의식을 앞서는 본능으로 다니엘은 몸을 숙였다. 조금만 반응이 늦었다면 아마도 광대뼈 언저리쯤이 있었을 그 자리를, 성우의 탄환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무언가 크고 섬뜩한 것이 다니엘의 등 뒤에서 버틸 힘을 잃고 아래로 힘없이 떨어졌다.


“...”


순간 머리가 어지러웠다. 다니엘은 저도 모르게 다시 중심을 잃고 벽에 등을 기댔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의 턱을 타고, 땀이 비오듯이 흐르고 있었다.






“집행 종료. 방역팀 방역 바랍니다.”


집행 종료를 알리는 성우의 목소리는 아주 먼 곳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다니엘은 무릎을 짚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총은, 자신이 이미 몇 년간이나 자신의 몸처럼 다루어왔던 바로 그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지없이 낯설고 생경해 보였다.


“강다니엘.”


이름을 부르는 성우의 목소리는 그지없이 싸늘했다. 그 뒤에 올 상황을 직감한 다니엘은 아직도 채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을 움직여 벽에서 떨어져 바로 섰다. 성우는 그런 그를 날카롭게 노려보다가 그 정강이를 사정없이 걷어찼다.


뜨끔한 통증에 저도 모르게 허리가 숙여졌다.


“야 이 새끼야, 정신 안 차리냐?”

“...”

“한 발 잘못 디디면 거기가 저승인 거, 몰라?”

“...”

“니가 니 주둥아리로 어른이 애 놔두고 뒈지면 되느니 안 되느니 떠든 게 며칠 됐어? 왜, 인생 너무 힘들어서 뒈지고 싶냐?”


웅크려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걷어차인 정강이가 아파서가 아니었다. 그지없는 피로감이 몰려들었다. 걷잡을 수 없이 힘이 빠졌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하염없이 아래로 가라앉아버리고 싶었다.


물론,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지만.


“죄송합니다.”

“그런 거면 말해. 박 주사 일거리 늘려줄 거 뭐 있냐? 내가 너 하나 숨통 끊어주는 건 그 간의 정리로 해줄 수 있으니까.”

“주의하겠습니다.”

“...”


성우는 전에 없이 날이 선 눈빛으로 그런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그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다니엘의 총을 집어들어 탄창을 열어보았다. 그리고는 탄창이 비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언짢은 기색으로 혀를 찼다.


“강다니엘 사무관, 내일 출근 전까지 총기 압수다. 이의 있나.”

“없습니다.”

“오늘 집행 끝났다. 쉬어.”


더없이 딱딱하게 말하고 그는 돌아섰다.


“박 서기는 나나 황 선생이 데려다 주면 되니까, 빨리 들어가. 들어가서 전화해. 알겠나.”

“...”

“대답 안 해?”

“알겠습니다.”


다니엘의 음성은 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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